대선 최대 승부처 찾아 ‘당 대표’ 위상 극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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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첫 잠행, 왜 ‘부산’이었나

윤석열 대선 후보와 갈등을 겪는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부산행’을 통해 당 대표직을 이어갈 뜻을 분명히 했다. 한때 사퇴 전망도 있었지만 부산의 현안을 챙기고, 당 원로를 만나는 등의 일정을 통해 위기 타개 의지를 보인 것이다. 이 대표가 이 같은 자신의 메시지를 전할 장소로 부산을 택한 배경은 PK(부산·울산·경남)가 내년 대선의 최대 승부처라는 점, 2016년 ‘옥새 파동’ 등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부산시장 특보·당 원로 등 만나
지역 현안과 당 상황 의견 들어
앙숙 장제원 사무실 방문 ‘눈길’
당 대표직 고수 뜻 분명히 해

지난달 30일 오전 ‘모든 공식 일정을 취소한다’는 공지를 남긴 직후 김철근 정무실장, 김용태 청년 최고위원 등 소수 측근들과 항공편으로 부산을 찾은 이 대표는 바로 이성권 부산시장 정무특보에게 저녁 식사를 제안했고, 해운대구 모 식당에서 이 특보를 만났다. 두 사람은 당 청년 모임 등에서 함께 활동하며 상당히 긴밀한 관계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당 상황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고, 9월 자신이 직접 현장까지 찾은 침례병원 공공병원화 문제와 가덕신공항 등 지역 현안의 진행 상황을 세세하게 챙겼다고 한다. 그러면서 대선을 앞두고 당에서 준비 중인 지역 발전 구상에 대해서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이어 당 원로인 정의화 전 국회의장을 해운대구 쪽에서 단독으로 만나 당 상황과 관련해 대화를 나눴다. 정 전 의장은 “윤 후보가 정치 경험이 많지 않은 점을 이해해야 한다”면서 “대표의 언행이 당 내분으로 비치지 않도록 유념하고, 당의 모든 역량을 후보 중심으로 모아야 한다고 조언했다”고 밝혔다. 주목할 점은 이 대표가 이런 만남을 가진 뒤 1일 오전 윤 후보의 ‘문고리 3인방’으로 언급되는 장제원 의원의 부산 사상 사무실을 전격 방문한 것이다. 이 대표 측은 이날 사상 방문 직후 “이 대표가 부산 사상구 지역구 사무실을 격려 차 방문했고, 당원 증감 추이 등 지역 현안과 관련해 당직자들과 대화를 나눴다”는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했다.

이 대표가 감정 싸움을 벌여 온 윤 후보 측근들과의 화해 의지를 내비쳤다는 해석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자신을 집중 비판해 온 이른바 ‘윤핵관(윤 후보 측 핵심 관계자)’으로 의심되는 장 의원을 ‘저격’한 것이라는 관측이 엇갈렸다. 장 의원은 “이 대표가 오늘 사상을 방문했을 때 전화를 줬고, 조만간 만나기로 했다”며 ‘화해’ 쪽에 무게를 뒀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이번 부산행을 두고 2016년 20대 총선 당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이른바 ‘진박 공천’에 반발해 대표 직인을 들고 부산으로 와 버린 ‘옥새 파동’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윤 후보 측의 ‘패싱’ 행태를 당시 친박계의 전횡과 연결 지으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지역에서는 이 대표가 PK를 내년 대선의 최대 승부처로 지목해 왔다는 점을 상기한다. 이 대표는 지난달 14일 등과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 “된다, 안 된다 문제가 아니라 이번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부산에서 반드시 압도적인 득표율이 나와야 한다”며 “선거가 시작되면 내가 PK에 상주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대표가 다급한 와중에 지역 현안을 챙긴 것도 이에 부합한다. 이에 대해 부산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대표가 여러 측면에서 ‘잠행 효과’를 극대화할 장소로 부산이 최적지라는 판단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전남 순천시와 여수시를 잇달아 찾았다. 사실상 이 대표의 잠행이 며칠 더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이번 사태로 인해 2일 예정된 당 선대위 회의와 최고위원회의는 취소됐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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