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후변화와 여성과학기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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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선 동서대 총괄부총장 세계여성과학기술인네트워크 회장

올 10월 세계여성과학기술인네트워크(INWES)의 아시아태평양지역(APNN) 연례총회가 16개국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기후 행동의 촉매제로서의 여성과학기술인’라는 주제로 온라인으로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최근 과학기술계에 빈번히 등장하는 주제가 기후변화, 젠더 격차와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의 약어)이다. 국제순수응용화학연합(IUPAC)은 최근 화학분야에서의 젠더 격차에 대한 논문들을 모아 특별호를 출간했고, 세계적으로 가장 저명한 과학 학술지인 네이처는 지난 8월호에 지구 온난화와 여성 과학인이라는 제목의 인포그래픽들을 하이라이트하였다. 기후과학이나 여성(과)학과 관련이 없을 법한 유명 전문과학 학술지들까지도 이런 주제를 중요하게 다루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후변화는 기후과학자들이나 환경운동가들에게는 오래전부터 큰 이슈가 되어 왔다. 1880년경부터 기록해온 지구의 온도가 최근 들어 심상치 않게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최근 보고서에 의하면, 화석 연료의 이산화탄소 배출로 인해 지구 온난화는 급격히 가속화하고 있는데, 이러한 온실가스 배출의 책임이 사람에게 있다는 사실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보고서에서는 이것을 “인간 영향”이라고 표현했으며, 이와 관련된 과학적 근거는 명확해지고 있다고 했다.

전쟁으로 인한 난민 문제보다 훨씬 심각한 ‘기후변화 난민’의 대량 이동이 현실이 될 가능성은 매우 커졌다. 데이비드 월라스 웰스 기자는 그의 최근 저서 에서 지구의 온도가 1.5도에서 2도 상승을 하면 20조 달러의 경제손실을 가져오게 될 것이며, 약 1억 5000명이 목숨을 잃게 된다고 했다. 이 사망자 수는 끔찍했던 홀로코스트 대학살의 25배가 되는 숫자라고도 표현했다.

그렇다면 기후위기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가? 확실한 것은 현재의 체계나 기술이나 지식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플라스틱 사용을 자제하는 것 이상의 혁명적인 변화와 혁신이 요구된다는 것인데 우리의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과학기술에 기반한 해결방안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남성과 여성을 포함한 우수한 과학인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하지만, 과학은 남성의 분야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보니 아직 우리나라 여성과학기술인은 수적으로 남성의 1/3도 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앞으로의 사회는 누가 먼저 기후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그 지역이나 국가의 미래 경쟁력이 좌우될 것이다. 이를 위해 선진국에서는 이미 과학계에 여성 과학기술인을 포용할 수 있는 다양성의 정책을 도입해오고 있다. 남성만으로는 우수한 과학기술 인력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직된 남성 중심의 문화로부터의 탈피와 젠더 불평등 해소를 위한 다양한 노력들을 선진국들은 이미 과학기술정책에 반영하고 있다. 아시아의 경제성장을 목표로 하는 아시아개발은행(ADB) 같은 국제기구에서도 기후변화 대응과 젠더 불평 해소를 기업전략의 큰 축으로 포함시키고 있다. 영국왕립학술단체가 발표한 것처럼 앞으로 요구되는 과학기술은 과거에 없었던 신재생 에너지개발이나 탄소포집 기술 등의 새로운 분야와 기술들이다. 다양하고 창의적인 새로운 영역에 우수한 여성과학기술인의 참여와 역할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영국 정부는 과학기술 분야에서 ‘다양성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경제 불가피성’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이 전 세계적으로 최우선 과제가 된 지금, 여성과학기술인 육성 정책은 도덕적, 윤리적 측면에서 정의롭고 옳을 뿐 아니라 미래사회를 위해 경제적으로도 반드시 필요하다. 여성 과학기술인을 지원하고 양성하는 것은 더는 여성만을 위한 혜택도 배려도 아니며, 모두가 함께 사는 길을 모색하기 위함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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