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P2E 게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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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3년 12월 12일 우리나라를 세계 3대 게임 강국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날 열린 ‘대한민국 게임대상’ 시상식을 축하하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서다. 그는 “게임산업은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고부가가치 문화산업”이라고 강조했다. 오늘날 지식과 창의력에 기반한 콘텐츠산업의 번성을 정확히 내다본 판단이라 하겠다.

참여정부의 게임산업 육성 정책은 2006년 불거진 사행성 성인 오락물 ‘바다이야기’ 사태로 큰 타격을 입고 노무현 정권을 불행으로 내몰았다. ‘바다이야기’ 게임은 2004년 파친코와 유사한 게임을 만들어 슬롯머신을 합법화하려는 취지로 등장했다. 게임에서 물고기 같은 특정 모양이 연속해 나타날 경우 경품으로 주는 상품권 탓에 사행성 도박 게임으로 변질된 게 화근이었다. 상품권은 게임장 주변 환전소에서 현금으로 바꿀 수 있었던 것.

‘바다이야기’는 도박성과 중독성이 강해 재산을 탕진한 사람이 급증하고 자살도 속출하면서 사회 문제가 됐다. 게다가 정치인과 공무원, 상품권 업자, 조직폭력배 등이 무더기로 게임기 업체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고 정권 유착설까지 제기돼 참여정권의 도덕성을 뿌리째 뒤흔들었다. 이 사건은 사행성 게임을 강력 규제하는 게임산업법 제정과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전신인 게임물등급위원회 출범의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지난달 17~21일 부산에서 열린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 ‘지스타(G-STAR)’에서 정부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왔다. 블록체인의 NFT(대체불가능토큰)와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기술을 접목한 ‘P2E(Play to Earn) 게임’ 시장의 성장에 국내법 규제가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P2E’는 비용을 내고 소비만 하는 게임이 아니라, 게임을 즐기며 돈도 번다는 개념. 가상자산의 일종인 NFT 기술을 적용해 게임 속 아이템이나 캐릭터를 실제 가상화폐로 전환이 가능하도록 제작된 콘텐츠다.

해외에서는 돈 버는 형태의 게임이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P2E 게임’을 출시한 기업의 성장세도 두드러진다. 이에 따라 국내외 게임 업체들이 ‘P2E 게임’ 개발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국내 유통은 불법이다. 게임 속 재화의 자산화가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점에서 법에 저촉되기 때문. 정부는 ‘P2E 게임’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규제를 풀어 달라는 게임 업계와 논란을 빚는다. 세계 게임산업의 새 먹거리이자 혁신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P2E 게임’이 국내에선 결론이 어떻게 날지 주목된다. 강병균 논설위원 kb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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