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의회 ‘예산 전쟁’ 격화… 시장 핵심 공약 ‘15분 도시’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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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예산안을 놓고 부산시와 부산시의회 간에 ‘예산 전쟁’이 격화되고 있다. ‘15분 도시’ ‘세계적 미술관 유치’ ‘해상도시’ 등 박형준 부산시장의 핵심 사업 예산들이 시의회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를 거치며 줄줄이 삭감되고 있다.

시 정무라인이나 해당 실·국 관계자들이 수시로 시의회로 건너가 설득에 나서지만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시의회가 내세우는 “불요불급한 예산 삭감” 방어벽을 뚫기 어려워 보이는 형국이다. 하지만 시의 시의회 설득 강도가 예년 ‘예산철’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세계적 미술관 유치’‘해상도시’ 등
시의회 심사서 줄줄이 대폭 삭감
예결위서 여야 의원 치열한 공방
“시, 여당 설득 불가능 판단” 분석도
시 “여의치 않으면 시장 나설 수도”

2일 시작된 예결특위 심사에서도 박 시장의 핵심 정책인 15분 도시 조성 추진과 관련, 시의회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 사업은 최근 시의회 상임위 심사에서 무사통과됐지만 시의회 주변에선 삭감 분위기가 강하게 감지됐다. 예결특위 위원인 노기섭 의원이 사업 추진의 절차적 문제를 지적한 일이 대표적이다. 노 의원은 시의 ‘15분 생활권 조성을 위한 정책공모’ 사업 예산안과 관련해 “주요 사업은 투자심사를 거친 후 예산안을 확정해야 하는데, 아직 대상지도 정해지지 않고 투자심사를 받지 않은 15분 도시 사업은 내년 초 공모 이후 투자심사를 거친 후 추경에 올리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이에 임경모 시 도시계획국장은 “해당 사업은 공모사업으로 예산안을 확정한 뒤 공모 이후 추후 구·군에서 투자심사를 진행하면 된다는 행정안전부의 유권해석을 받아 사업 추진에 문제가 없다”고 항변했다.

15분 도시 사업은 생활권 내에서 일상생활이 가능한 도시를 조성한다는 박 시장의 핵심 공약으로 시는 내년 예산으로 132억 원을 편성했다. 시의회 도시환경위 심사에선 논란 끝에 원안 그대로 통과시킨 바 있다.

그러나 예결위에선 위원 상당수가 이 사업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져 예산 삭감이 점쳐지고 있다.

15분 도시 예산 뿐 아니라 세계적 미술관 유치, 해상도시 등 박 시장의 다른 사업 예산도 예결특위 심사가 불투명한 가운데 여·야 의원 간 공방도 펼쳐졌다. 국민의힘 최도석 의원이 “시의회의 예산안 심사가 오거돈 전 시장 때와 너무 달라 정치적 이해관계로 심사를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된다”고 발언하자, 민주당 의원들이 “명예훼손 발언”이라고 맞섰다. 결국 한 차례 정회된 후 최 의원의 사과 이후 심사가 재개됐다.

시의 예산 방어 움직임이 예상보다 강하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담당 실·국별로 간부 공무원들은 개별 시의원들을 매일 2~3차례 접촉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고 시 정무라인도 ‘물밑 작전’을 전개하고 있지만 이 정도 대응은 평년 예산안 심사 때와 별반 다르지 않은 수준이라는 것. 박 시장도 이날 부산진구 일대를 돌며 ‘15분 도시 비전 투어’ ‘도심고가도로 정비 수립 계획 발표’ ‘지하도상가 르네상스 2030 정책 발표’ 등 일상 일정을 이어갔다. 민주당 소속 한 예결특위 위원은 “15분 도시 예산 삭감’ 분위기가 이미 파다한 데도 예결특위 전 시 공무원들이 별로 찾아오지 않았다”며 “어차피 시의원을 설득하지 못할 거라고 판단한 건가 싶기도 하다”고 전했다.

시청 주변에서는 “시가 민주당 중심 시의회를 설득하는 일이 불가능한 수준이며, 시의회 제동으로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공약 추진이 미뤄져도 일단 책임을 넘길 수 있다고 판단, 전략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시 관계자는 “핵심 공약들이 예산 확보를 못하게 되는데 어떻게 느슨하게 대응하느냐”며 “다양한 경로로 시의원들을 설득하고 있으며 여의치 않으면 시장을 중심으로 더 적극적인 움직임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예결특위는 3일까지 시 예산안을, 6일에는 시교육청 예산안을 심사하고 8일 계수조정에 들어간다. 이날 의결된 예산안은 9일 본회의를 거쳐 확정된다. 김영한·강희경 기자 kim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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