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천한 집안”… ‘출신론’으로 가족 잡음 방어 나선 이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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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5일 전북 진안군 인삼상설시장에서 시민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자신의 일가 친척과 관련된 여러 잡음과 관련, “제 출신이 비천해서 그렇다”며 ‘출신론’으로 방어막을 치는 모습이다. 형수 욕설, 친형 정신병원 강제입원, 조카 살인사건 변론 등 가족·친척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자 열악한 환경 속에서 살다 보니 의도치 않게 묻게 된 흠결이라는 취지로 해명에 나선 것이다. 상대적으로 ‘금수저’ 출신인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와의 차별화도 염두에 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지난 4일 전북 군산 공설시장 연설에서 청소부 출신인 부모, 탄광에서 발목이 잘린 형, 요양보호사를 한 누나, 요쿠르트 배달을 한 여동생 등 험난했던 가족사를 언급하며 ‘비천한 출신’ 주장을 꺼냈다. 그는 “비천한 집안이라서 주변에 뒤지면 더러운 게 많이 나온다”며 “제 잘못이 아니니까. 저를 탓하지 말아 달라. 진흙 속에서도 꽃은 피지 않느냐”고 항변했다.

형수 욕설 등 열악 환경 탓 돌려
“제 잘못 아니니까 탓하지 말라”
‘진흙 속 연꽃’ 스토리로 방어막
“가난 속 정직 시민 비하” 비판도
윤석열엔 “김종인에 주도권 뺏겨
혼자선 아무것도 못 해” 공세

같은 당 고민정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후보의 연설 장면이 담긴 영상을 공유하며 “어려운 시절을 함께 보냈을 가족에 대해 온갖 거친 말이 오갈 때 인간 이재명은 얼마나 가슴이 찢어졌을까 생각이 든다”며 “진흙 속 연꽃을 봐 주십시오. 국민들과 함께 진흙탕에서 뒹굴며 살아 온, 나라를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 아는 검증된 이 후보에게 마음을 열어 달라”고 호소했다. 앞서 PK 출신 한 민주당 의원도 며칠 전 기자와 만나 “이 후보가 살아온 환경 자체가 진흙밭인데, 거기서 부대끼고 살다 보니 흙이 안 묻었을 수 있었겠느냐”면서 “그런 사정을 국민들이 알게 된다면 이 후보에 대한 비난보다는 공감대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최근 드러난 조카 살인사건 변론 등으로 친·인척 관련 논란이 본선 리스크로 재부상하자, 이 후보 측이 ‘진흙 속 연꽃’ 스토리를 앞세워 적극적으로 방어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은 5일 “가난하게 크면 모두 이 후보처럼 사는 줄 아나. 과거를 덮으려 애쓰는 모습이 더 비천해 보인다”고, 정의당 여영국 대표는 “가난과 고된 노동으로 자신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해 정직하게 살아가는 시민들에 대한 비하와 모독”이라고 맹비난했다.

이 후보 측은 또 ‘울산 담판’에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전권’을 주는 것으로 당내 갈등을 봉합한 국민의힘 윤 후보에 대해서도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보여 줬다”며 리더십 문제를 거듭 공격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반창고 땜방 선대위 출범을 앞둔 윤 후보는 오히려 리더십의 위기에 봉착했다”며 “봉합 과정에서부터 윤 후보는 조연이었고, 김 전 위원장에게 주도권을 뺏긴 모양새”라고 비꼬았다. 박광온 선대위 공보단장도 서면 브리핑에서 “전권을 쥔 김종인 전 위원장과 공을 탐하는 ‘윤핵관’(윤 후보 측 핵심 관계자)과의 충돌은 시간 문제”라며 “신기루 같은 성과를 자랑만 하지 말고, 이재명 후보와 함께 국민 앞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어떻게 바꿀지 당당히 토론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 선대위 현안대응 태스크포스(TF)는 이날 윤 후보 장모 최 모 씨의 농지법 위반 의혹을 제기하며 도덕성 공세를 이어갔다. TF에 따르면 최 씨는 2011년 9월 경기도 양평읍 공흥리의 13평(46㎡)짜리 농지 1필지를 취득하고자 양평읍에 제출한 농지취득 자격신청서에서 취득목적을 ‘주말·체험 영농’이라 표기했다가, 일주일 만에 ‘농업경영’ 목적으로 취득하겠다며 신청서를 다시 제출했다. TF 측은 “이미 적잖은 농지를 보유하던 최 씨가 주말 영농을 하려는 사람은 1인당 1000㎡(약 300평) 이내의 농지만 가질 수 있도록 한 농지법 규정에 어긋나 다시 서류를 꾸며 양평읍에 제출한 것으로 보인다”며 “공흥지구 민간개발을 앞두고 급히 공흥리 일대 땅을 사 모으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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