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일기] 부산소설문학상 ‘권위’ 흔들려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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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학림 문화부 선임기자

얼마 전 수상자를 발표한 2021년 제26회 부산소설문학상과 관련해 지역문학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요구된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1996년부터 부산소설가협회가 한 해의 가장 뛰어난 소설작품(중·단편)을 선정해 수여하는 이 상은 지역의 권위 있는 문학상이다. 그 ‘귄위’가 흔들리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것이다.

우선 세계와 맞서고 지역의 한계를 넘어서는 좋은 작품들이 생산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올해 소설문학상에서는 50여 편을 심사 대상에 올렸는데 “태반이 구태의연함을 벗어나지 못한 사실에 실망이 컸다”는 뼈아픈 지적이 나왔다.

비슷한 지적은 그간 죽 이어져 왔다. 2015년 이후 부산소설문학상 심사평을 보면 ‘수작은 눈에 띄지 않았다’ ‘새로운 주제의식을 드러내는 일은 드물었다’ ‘전반적인 장기 침체 현상을 우려한다’ ‘지역 소설 생산력이 현단계 한국문학의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측면이 있음을 아프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는 아프고 안타까운 충정의 지적이 계속돼 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올해 심사평은 지나친 면이 있다는 소리들이 나온다. 심사평이 쏟아낸 ‘그야말로 사소한 것을 그저 그렇게 범박하게 그려내는 많은 작품들에서 열정 없는 안이한 타협의 태도를 보았다’는 표현 등이 그러한 모양이다. 이런 표현이 거칠다는 이유는, 그에 견주어 선정작 단편 ‘은아의 세계’에 대해서는 아주 대조적인 상찬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상찬은 “은아는 인간과 뱀 사이에서 어떤 위계도 위화감도 없이 설화의 세계 속으로 융화될 수 있는 교감과 소통의 역량을 갖고 있다”며 “(선정작은)이것과 저것 사이에서 손쉬운 이분법의 해결책으로 타협하지 않고, 세계의 모호함이 갖는 난해한 역설을 깊숙이 파고든다”고 이어진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이 상찬이 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이렇게 작품 읽는 관점이 다를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선정작의 표현에 따르면 ‘서로 기망하는 자들만 알아보는 세계’, 그리고 심사평의 표현에 따르면 ‘거짓된 해결책이나 허황한 해답’, 그것을 넘어서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심사평이 표출한 ‘따끔한 지적과 상찬의 현격한 편차’가 이 한 편의 선정작으로 수긍되지 않는다는 소리다. 물론 올해 수상자가 만만찮은 필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두루 인정받는 바이다. 하지만 잘 쓰는 작가가 항상 최고의 작품을 쓰는 것은 아니다. 수상작 선정과 관련해 심사위원 중 한 명은 “상투적으로 되풀이되는 가족 서사를 벗어나는 새로운 각도의 작품 중에서 수상작을 냈다”고 말했다.

2018년부터 부산소설문학상 규정은 이미 수상한 작가에게도 다시 상을 줄 수 있다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러다가 올해 사상 처음으로 ‘두 번째’ 상을 받는 수상자를 낸 것이다. 부산소설문학상 역사를 따지면 26년 만에 처음이다. 그런 만큼 작품을 평가하는 심사 기준과 관점이 더 엄정하고 명확했어야 한다는 거다. 특히 부산소설문학상은 지난해부터 작가의 지역 범위를 부산에서 부울경으로 확대하고 상금도 300만 원에서 500만 원으로 올렸다. 치열한 작품 논의의 장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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