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지자체, 성 비위 대응책 앞다퉈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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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일부 기초지자체가 성희롱·성폭력 관련 외부 전문가를 조직 내 고충상담원으로 위촉하고, 피해자 심리 상담비를 예산에 편성했다. 고충상담원의 전문성과 업무독립성이 취약해 2차 피해가 발생했던 A 구청 사건(부산일보 2021년 6월 9일 자 1면 등)에서 드러난 부산 공직사회 내 성 비위 대응 구조의 약점이 보완되고 있어 주목된다.

외부 전문 고충상담원 위촉
피해자 심리 상담 예산 편성
수사 의뢰 의무 조항도 신설

5일 부산 연제구청과 동구청에 따르면, 이들은 최근 성희롱·성폭력 전문 상담 기관에서 사건 대응 경험이 있는 전문가 1명을 조직 내 고충상담원으로 위촉했다. 연제구청은 8월 고충상담원 3명 중 1명을, 동구청은 9월 고충상담원 4명 중 1명을 외부 전문가로 선임했다.

이 조치는 앞서 6월 A 구청 사건에서, 구청 직원인 고충상담원의 전문성이 부족하고, 사건 발생 시 알고 지내던 동료나 상사를 직접 상담해야 하거나 사건 처리와 본연 업무를 병행해야 한다는 점에서 업무독립성이 약해 2차 피해 예방에 구조적인 약점을 안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그동안 외부 전문가는 고충상담원의 상담이 끝나고 조사위원회가 열리는 단계부터 개입할 수 있었다.

구청 내 성희롱·성폭력 관련 전담 인력 채용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곳도 나왔다. 부산진구청 여성가족과 관계자는 “평소 성희롱·성폭력 예방 교육, 캠페인 업무를 전담하다 사건 발생 시 전담 처리자로 나설 전문가를 감사담당관실 소속 직원으로 채용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구·군청은 내년 본예산에 피해자 심리 상담비를 편성했다. A 구청 사건 당시 지자체 성희롱·성폭력 관련 예산이 폭력 예방교육 강사 수당으로만 편성됐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영도·연제·동·북구청은 2022년 본예산에 피해자 심리 상담비 명목으로 각각 연 500만 원, 200만 원, 100만 원, 10만 원을 편성했다. 예산안이 의회 심사를 거쳐 통과하면, 내년부터 구청에서 성희롱이나 성폭력 피해를 겪은 직원은 심리 상담을 위한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다.

북구청 주민복지과 관계자는 “피해자 1명 당 10만 원으로 책정해 예산을 편성했다”며 “필요한 경우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더 확보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2차 가해 행위에 대한 징계 근거를 마련하는 등 관련 지침 정비도 이어지고 있다. 영도구청과 부산진구청은 각각 10월과 11월 지침을 개정했고, 나머지 구·군청은 개정안을 작성하고 있거나 법제 심사를 받고 있다.

부산진구청은 11월 30일 개정한 지침에 성추행이나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에 해당하는 성폭력이 발생한 경우, 피해자의 명시적 반대 의견이 없으면 수사 의뢰를 의무화하는 조항을 지자체 최초로 신설했다.

손혜림 기자 hyerims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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