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빛났던, 이젠 사라진 원도심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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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광풍에 사라진 도시의 기록. 한때 빛났던 공간을 담은 그림들이 전시로 찾아온다.

하미화 개인전 ‘빛났던 시간-풍경의 그늘’은 부산 수영구 민락동 미광화랑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는 10일까지 이어진다. 하 작가는 동의대 미술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했다. 이번 전시는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에서도 원도심 공간에는 오랜 시간과 많은 이야기를 가진 존재들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하미화 개인전 ‘빛났던 시간…’
10일까지 민락동 미광화랑


하 작가는 2014년 개인전 ‘회색도시의 꿈’에서 원도심을 다룬 작품을 몇 점 소개했다. “주택가 골목길을 다니는 것이 좋아서 예전 살던 동네를 가봤죠. 개발 바람이 불어 살던 집은 빈집이 되어 있는 것을 보았어요.” 작가는 버려진 빈집이 한때 빛났던 시절, 그에 대한 애잔한 시선을 그림에 표현했다.

‘빛났던 시간’ 시리즈 속 거리는 비어있지만, 색은 따뜻하다. 문현동 빈집 옥상에 자유롭게 생명력을 발하는 선인장, 초량동 언덕길 아래 멀리 보이는 부산항의 불빛, 이제는 고층건물이 시선을 가려 볼 수 없게 된 산복도로의 석양은 아름답다.

영도 재개발 예정지에서 바라본 야경 그림은 더 볼 수 없을 풍경에 대한 기록이다. “지금은 골목길에 올라가면 볼 수 있지만 아파트가 들어선 뒤에는 사라지겠죠.” 2019년 작 ‘모든 날’은 비가 내리는 모습 같다는 지적에 하 작가는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한 어렴풋함’으로 표현하기 위해 붓질을 쓸어내렸기 때문일 것”이라고 답했다.

‘풍경의 그늘’ 시리즈는 사람이 떠난 공간에 떠나지 못한 생명체의 존재를 말한다. 사람의 흔적이 사라진 어둠 속에서 서성대는 고양이의 모습, 빈집에 드리워진 그림자, 갈라진 벽 틈에서 버티는 잡초 등이 그려졌다. ‘풍경의 그늘2’에서는 한구석에 외롭게 풀이 자란 벽에 비친 그림자 경계선이 노란색·주황색으로 가늘게 빛난다. 삶의 그늘에도 빛은 존재한다고 그림이 말을 거는 것 같다. 051-758-2247. 오금아 기자 ch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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