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미국 대서양 맞은편에 군사기지… 긴장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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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의 글로벌 패권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미 동부 해안의 대서양 건너편에 있는 아프리카 적도기니에 군사기지 건설을 시도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대만 문제, 극초음속미사일 개발 등 이슈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해 온 양국이 해군 기지 문제로 또다시 맞붙은 상황이다. 이에 더해 미 우주사령부 고위 장성이 중국의 우주 능력이 급속도로 빨라지고 있어 중국의 우주 작전이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는 등 중국 군사력 확대와 관련한 양국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WSJ는 5일(현지시간) 미 기밀정보를 입수해 중국이 아프리카 대서양 연안 적도기니에 군사기지 설립을 계획 중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이 2017년 홍해 연안 지부티에 아프리카 첫 군사기지를 건설한 적은 있지만 대서양에 군사시설을 추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프리카 적도기니에 건설 시도
대만 갈등 이어 또다시 대립 격화
미, 자국 안보 침해 심각 행위 간주
양 강대국 적도기니 구애 경쟁 심화

미 행정부에 따르면 중국이 군사기지 건설지로 염두에 두고 있는 지역은 바타로 알려졌다. 바타는 가봉과 카메룬 사이에 있는, 적도기니 본토에서 가장 큰 도시다.

중국은 이미 기니만의 주요 항만도시인 바타에 큰 배들이 드나들수 있는 상업용 심수항을 건설했으며, 바타와 중앙아프리카 내륙을 연결해 주는 고속도로도 건설한 상태다. 중국이 아프리카에서 집중적으로 펼쳐온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가 군사전략으로 확장되는 모양새다. 중국은 적도기니 경찰 훈련과 무장도 지원하고 있다.

중국이 이곳에 기지를 구축한다면 미 동부 해안 맞은편에서 해군 전력을 재무장·정비할 수 있는 군사적 이점을 확보하게 된다. 미국은 중국의 이 같은 계획이 자국 안보를 해치는 심각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

미군 아프리카사령부 스티븐 타운센드 사령관도 올 4월 상원에 출석해 “중국이 미국에 가할 수 있는 가장 큰 위협은 아프리카 대서양 연안에 해군 시설을 짓는 것”이라고 증언한 바 있다. 타운센드 사령관은 “군사적으로 유용하다는 뜻은 기항통지, 연료와 식료품 공급 이상의 장소를 뜻한다”면서 “그들이 군수물자를 재무장하고 해군 선박을 수리하는 항구를 말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중국의 이 같은 움직임이 포착되자 올 10월 존 파이너 미 국가안보 부보좌관을 적도기니로 보내 테오도로 오비앙 응게마 음바소고 대통령(79)과 측근들이 중국의 요청을 거부하도록 설득했다. 미·중 글로벌 경쟁의 최전선에 끼어드는 것은 근시안적인 일이 될 것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적도기니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전략적 요충지인 적도기니를 우군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외교적 지원도 지속하고 있다. 미국은 올 3월 바타 인근 적도기니 군기지에서 탄약 폭발로 최소 100명이 사망하자 곧바로 도움을 제공했다.

미·중 패권경쟁 가열로 음바소고 대통령이 42년째 장기 집권하고 있는 인구 140만 명의 적도기니에 대한 구애 경쟁은 더 심화되고 있다. 국토 면적은 한반도의 8분의 1에 해당하는 2만 8051㎢로, 아프리카에서 아주 작은 나라에 속한다. 적도기니는 1996년 영해에서 대규모 천연가스와 유전이 발견되면서 경제 성장을 경험하고 있다.

한편, 데이비드 톰슨 미 우주사령부 부사령관은 5일 폭스뉴스에 출연해 “중국의 우주 작전이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위협을 지니고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톰슨 부사령관은 “중국은 평균적으로 우리의 2배 속도로 우주능력을 구축하고 있다”면서 “만약 미국이 자체 우주 작전 접근법을 조정하지 않으면 10년 후에는 중국이 미국에 앞선 우주 강국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 발사를 두고 중국에 대한 극도의 위협감을 드러낸 미 당국이 우주 능력까지 중국에 뒤처질 수 있음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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