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된 ‘아코디언 거장’ 심성락 하늘무대서 편히 연주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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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코디언의 전설로 남게 된 연주자 심성락(본명 심임섭). 그가 지난 4일 별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향년 85세.

고인은 부산 경남고 1학년 때 중구 광복동의 한 악기점에서 아코디언을 처음 만났다. 악기상을 드나들며 독학으로 아코디언을 익힌 이야기는 유명하다.

악기점 사장의 추천으로 부산KBS의 한 노래자랑 프로그램에서 반주를 하면서 연주자의 길로 들어섰다. 연습에 매진하느라 무단결석이 잦아지면서 고등학교는 결국 퇴학당하고 말았다는 후문이다.

고1 때 광복동서 아코디언 보고 푹 빠져
지역 악기상 드나들며 독학으로 공부
1000장 넘는 음반작업·OST 참여
사상 최고령 정규앨범 ‘바람의…’ 발매
화재 피해 때 팬들이 십시일반 펀딩
‘대통령의 악사’로도 널리 알려져

고인이 여든이던 2016년에는 거장에게 새 악기를 마련해주기 위한 크라우드 펀딩이 진행(부산일보 2016년 5월 25일 자 26면 보도)돼 화제가 됐다. 그해 4월 서울 광진구 군자동 자택에서 한밤중에 불이 나 사반세기를 함께한 슈퍼 파올로 소프라니 5열식의 이탈리아산 아코디언을 잃고 만 것이다. 당시 ‘라잇 나우 뮤직 2016’ 공연을 앞둔 상태였던 고인은 공연을 포기하지 않고 지인의 악기를 빌려 무대에 올랐다.

현대음악을 소개하는 축제인 ‘라잇 나우 뮤직’ 조직위원회를 총괄했던 페이퍼레코드는 그에게 새 아코디언을 마련해주기 위해 ‘텀블벅’에서 소셜 펀딩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팬들이 십시일반 펀딩에 참여했고, 실제 모인 금액은 목표했던 3000만 원을 크게 웃돌았다. 고인은 후원자들을 위해 새 악기로 가요, 탱고, 영화음악 등 장르를 넘나드는 60여 년 연주 내공을 쏟아낸 감사 공연을 열기도 했다.

1965년 당시 지구레코드 사장의 권유로 서울에 진출한 고인은 세션맨으로 활동하며 1000여 장이 넘는 음반 작업에 참여했다.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에 등록된 고인의 연주곡은 7000여 곡에 달할 정도다. ‘인어공주’ ‘봄날은 간다’ ‘효자동 이발사’ 같은 영화 OST에 참여하기도 했다.

2009년에는 당시 대중가요계 사상 최고령 뮤지션의 정규앨범으로 알려진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발매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010년 제7회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회 특별상을 수상했다. 2011년에는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작곡가로도 활약한 고인은 1960년대 가수 배호의 ‘인생나루’를 비롯해 여러 창작곡을 남겼다. 전두환·노태우 대통령 시절까지 각종 청와대 행사에서 전자오르간 연주를 해 ‘대통령의 악사’로 불리기도 했다. 장례는 기타리스트 윤영인 씨가 위원장을 맡아 연주인장(葬)으로 치러진다. 가요계에 따르면 고인은 최근 허리 수술을 받은 뒤 회복 중 건강이 악화해 세상을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자영 기자 2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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