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정부 때리기’ 이재명의 차별화 카드, 득 될까 독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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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정권 교체를 바라는 여론과 문재인 대통령이 높은 지지율 사이에서 외로운 줄타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대선의 성격을 ‘정권 교체’라고 답변하는 유권자가 절반을 넘어서는 상황에서 이 후보가 현 정부를 더 이상 옹호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대놓고 비판하기도 어렵다. 문 대통령의 임기 말 지지율이 역대 대통령들과는 달리 40%에 육박하는 상황이어서 눈치를 보지 않을 수도 없는 것이다.

부동산·조국·코로나 대책까지
현 정부에 비판수위 갈수록 높여
文 복심 윤건영도 李에 힘 실어 줘
50% 넘는 정권교체 여론 흡수
중도층 공략 ‘지지율 확보’ 전략
문 지지율 높아 차별화 부담도

■계승과 차별화 사이 균형 성공할까

이 후보가 이런 딜레마를 극복하고 지지율 반등에 성공할 수 있느냐는 2022년 대선의 주요 관전 포인트 가운데 하나다. 이 후보가 현 정부와의 본격적인 차별화에 나선 것은 당내 경선에서 대선후보로 선출됐음에도 지지율이 정체된 상황과 무관치 않다.

차별화 행보의 첫 지점은 ‘부동산 정책’이었다. 그는 지난달 선대위 출범식과 청년층과의 만남 등에서 부동산 문제에 대해 “정말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줬다. 사과 드린다”고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 후보의 비판은 수도권과 청·장년층 유권자들을 의식한 ‘제한적’인 차별화 수준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었다.

그러다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확정되면서 이 후보의 차별화 보폭은 한층 넓어졌다. 이 후보는 지난 2일 조국 사태에 대해 “진보개혁 진영은 똑같은 잘못이라도 더 많은 비판을 받는 것을 각오해야 한다”며 공식 사과했다. 이어 6일에는 소상공인들과 만나 “정부가 자기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면서 “이재명 정부는 국가의 의무를 국민에게 떠넘겨 개인이 빚 늘리고 고통스럽게 하고 눈물 짓게 하는 일은 결코 없다”고 강조했다. 현 정부의 코로나19 피해 대책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윤건영 의원의 7일 발언도 주목된다. 그는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권교체 여론이 높은 데 대해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가는 문재인 정부가 온전히 받아야 하는 것”이라며 “지난 5년에 대한 평가는 문재인 정부가 회피해서도 안 될 것이고, 진실한 성찰을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초기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자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윤 의원은 현재 이 후보의 정무실장을 맡고 있다. 이 후보가 최근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를 강조하는 발언을 하는 가운데, 윤 의원이 후보와 청와대 사이 ‘가교’로써 이 후보에게 힘을 실어 준 것으로 해석된다.

이 후보 측은 이 같은 차별화 전략을 ‘실용주의’ 노선이라고 포장한다. 강경 이미지를 벗고 정책적 유연성을 강조함으로써 중도층의 표심을 얻겠다는 포석으로 봐 달라는 것이다.



■무시못할 문 대통령 지지율 40%

차별화에 따른 부작용도 적지 않다. 민주당의 주류인 친문(친문재인) 진영과 강경파들의 반발 때문이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조국 사태를 사과한 이 후보에 대해 “인간 존엄을 짓밟는 것”이라며 “그것으로 중도층 마음을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반대”라고 비판했다.

이 후보 선대위 내부에서도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공동상황실장인 조응천 의원은 7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이 임기 말에도 30%대 후반에서 40% 초반까지 나오는 등 정말 이례적으로 높다”며 “솔직히 정말 굉장히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과거 대선에서는 여당 후보가 적절한 차별화로 승리를 거머쥔 사례가 있다. 2002년 노무현 민주당 후보와 2012년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사례가 그것이다. 그들은 현직에 있던 김대중·이명박 대통령을 적절히 비판하면서도 그들의 지지층을 폭넓게 흡수해 대권을 거머쥐었다.

반면 1997년 대선에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는 김영삼(YS) 대통령을 탈당시키고, 지지자들이 YS 인형을 화형시키는 등 극단적인 선긋기를 했지만 낙선했다. 이 후보가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현명한’ 차별화에 성공할지, 이회창 후보처럼 현직 대통령을 공격하고도 외연을 확장하지 못한 채 패배의 길을 걸을지 주목된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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