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툭튀’ 영입에 맥 빠지고, ‘고스펙’ 위주에 김빠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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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2030 인재 영입 전쟁

여야 대선후보의 치열한 ‘고스펙’ 청년 영입전에 수년간 현장에서 ‘정치 내공’을 키운 지역 청년 정치인들도 허탈감을 호소한다. 장사나 알바 등을 통해 돈을 벌어 당비를 내고, 정치 강의 같은 것도 들으며 경력을 쌓아 왔는데,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오다) 영입에 맥이 쭉 빠진다는 것이다.

이들은 파격에만 치중한 보여 주기식 외부 영입보다 공당으로서 당 내부 청년 정치인 육성·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게 우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수년간 지역 활동 진력 ‘헛일’
깜짝 영입 외부 청년 출세 가도
청년 정치인 키우기 노력 찬물
진정성 있는 정치 못 보여 줘
시당·중앙당 엇박자 기조에
당내 혼란만 가중 지적도

내년 부산 구의원 선거를 준비 중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A(36) 씨는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외부 청년 영입 행렬에 힘이 빠진다. 이 씨는 10년 전부터 정치인 꿈을 가지고 지역 청년회, 방범대, 국회의원 보좌진으로 활동해 왔다. 장사하거나 회사에 다니면서 부족한 활동비나 정치 강의비 등을 충당했다. 같은 당 지역 의원들의 선거 유세 요구에도 빠짐없이 동참했다. A 씨는 “학벌은 부족하지만 지역 청년 목소리를 그 누구보다 많이 듣고 그에 대한 정책을 고민해 왔다”면서 “대선후보들이 지역에서 활동하는 청년 정치인과 한 번이라도 만나 간담회를 했다면 쉽게 이 같은 결정(외부 영입)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5년부터 청년위원회 간부 등을 맡아 왔던 국민의힘 소속 B(27) 씨도 참았던 울분을 터뜨렸다. B 씨는 “대학생 때 당비를 5만 원씩 내고 활동했고, 정당 직책도 마다하지 않았는데 선거 때가 되면 결국 서울에서 내려 온 ‘갑툭튀’ 청년이 공천을 받거나 선대위 요직을 차지했다”면서 “이번 대선후보들은 진정성 있는 ‘청년 정치’를 보여 주나 했는데, 결국 별반 다를 거 없었다”고 지적했다.

정의당 소속 C(28) 씨는 “(외부 영입은)쇼나 다름없다”면서 “낮에는 청년 활동, 밤에는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며 순수한 마음으로 정치인을 꿈꾸는 청년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지역 청년 정치인들은 “대선에 승리하면 깜짝 영입된 외부 청년만 출세 가도를 달릴 것” “유튜브·SNS 편집 등 당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무보수로 일하는 청년부터 돌아보라”는 등의 불만을 토로했다.

대선후보나 중앙당 차원의 외부 영입 행렬은 각 시당의 ‘청년 정치인 키우기’ 노력에도 찬물을 끼얹었다. 당내 유망한 청년 정치인을 육성·발굴하는 시당과 화려한 스펙의 외부 영입에 집중하는 중앙당이 엇박자 기조를 보이면서 당내 혼란만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부산시당은 정치 인재 발굴·육성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오는 20일부터 정치 아카데미 강좌를 연다. 특히 비용 부담이 큰 29세 이하 청년 등에게는 ‘반값 등록금’을 적용하며 문턱을 낮췄다. 또 내년 대선에서 ‘2030 선대위’를 별도로 꾸리는 등 당내 청년 정치인의 활동 폭을 넓히는 데 집중한다.

국민의힘 부산시당도 지역 ‘정치 신인’들이 중앙당 무대를 경험할 수 있도록 청년보좌역 제도 확산에 힘쓰고 있다. 또 청년 등을 대상으로 대선 공약·대변인 공모를 시행하기도 했다. 지난달 28일 마감한 정치대학원 신청에는 전체 신청자 중 20% 이상이 2030세대에 해당하는 등 청년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정의당도 내년 지방선거에 청년 후보를 3명 이상 출마시킨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들 후보의 선거 비용은 당에서 전적으로 지원한다.

부산의 한 정당 관계자는 “외부 영입이 ‘새 정치’ ‘젊은 정치’ 등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내부 육성보다 우선시 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청년 정치인이 마음껏 참여해 활동할 수 있도록 당내 육성·발굴 시스템이 좀 더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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