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5도 쓰레기 주워 보면 북한의 실상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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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완 동아대 하나센터 교수

지난해 가을부터 최근까지 백령도와 연평도 구석구석 쓰레기를 주운 이가 있다. 모르고 지뢰가 있는 지역에 들어갔다 군부대가 출동하기도 했다. 환경단체 활동가의 이야기가 아니다. 해안가에 떠밀려 온 ‘북한 쓰레기’를 연구해 책까지 펴낸 동아대 하나센터 강동완 교수의 사연이다.

강 교수의 ‘북한 생활쓰레기 연구’는 우연한 장면 하나가 계기가 됐다. 지난해 9월 백령도에 들렀다 해안가에서 우리나라 제품 포장지인 것 같으면서도 아닌 듯한 ‘기이한 쓰레기’를 발견한 것이다.


백령·연평도 밀려온 북 쓰레기 연구
신라면·초코파이 등 닮은 포장지 눈길
최근 ‘북한읽기’ 출간, 100권이 목표

평소 강 교수는 매년 몇 차례씩 북·중 접경지대를 방문해 북한 관련 물건을 모으고, 장마당과 국경을 살피며 북한의 실상을 연구해왔다. 망원렌즈로 국경 너머 북한 마을을 촬영하고 탈북민을 만나오다 중국 측 블랙리스트에 올랐고, 코로나까지 터지면서 더 이상 북중 국경을 방문할 수 없게 됐다.

그는 “남한에서 북한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이 어딜까 생각하다 백령도를 떠올렸다”며 “망원렌즈로 북한 땅을 촬영하기 위해 돌아다니다 우연히 북한 쓰레기를 발견한 게 시작이었다”고 말했다.

이후 강 교수는 백령도·대청도·소청도·대연평도·소연평도 등 매달 서해5도를 방문해 해안가를 돌며 쓰레기를 뒤졌다. 1년 동안 모은 북한 쓰레기는 모두 708종, 1414점에 달한다. 당과류, 제빵류, 음료류, 유제품류, 식품류, 양념류, 주류와 담배, 의약품류, 잡화류 등 유형도 다양했다.

강 교수가 주목한 건 제품 포장지의 재질과 디자인이다. 특히 글자만 빼면 우리나라의 ‘신라면’ ‘초코파이’를 닮은 디자인의 포장지가 발견돼 눈길을 끌었다.

강 교수는 “누가 봐도 남한 제품을 모방한 것으로 보이는 포장지였고, 특히 아이스크림의 경우 남한 못지않게 종류가 다양해 책에 수록한 것만 35종이나 된다”며 “가장 최근까지 북한에서 생활한 탈북민에게 물어도 모른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이들 생활쓰레기가 북한의 극심한 빈곤 속에서도 내부 빈부 격차를 보여준다고 분석한다. 일반 주민은 접할 수 없지만, 상류층을 비롯한 일부 주민은 즐기는 소비품일 것이란 추정이다.

강 교수는 “아이스크림 생산공장이 ‘탄광’인 경우도 있는데, 주민들을 소비자로 바라보고 제품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북한 내 자본주의 확산을 조심스럽게 평가해볼 수 있다”며 “남한 제품을 모방한 디자인은, 한류를 규제하면서도 정작 장마당에서 유통되는 한류 관련 제품을 의식해 따라할 수밖에 없는 북한의 딜레마를 보여 준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이번 작업을 정리해 최근 라는 책으로 펴냈다. 북한 관련 25번째 책이다. 3인 이상 공저를 합치면 무려 40여 권. 100권까지 펴내는 게 목표다.

강 교수는 통일과 북한 관련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통일덕후·통일크리에이터로도 불린다. 2016년부터 동아대 하나센터장을 맡아, 탈북민이 남한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관련 지원에 힘쓰고 있다.

그는 “남북통일은 남북한 사람들이 만나는 일인데, 북한을 먼저 경험한 탈북민을 통해 남한 사람들이 북한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며 “탈북민이 잘 정착했다는 소식이 이북에 전해지면서 북한 주민들의 생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모두 탈북민 문제에 관심을 갖고 이들을 환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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