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순장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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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 늑대의 후손이다. 농경의 시작과 함께 사람에게 길들여졌다는 게 통설이었다. 그런데 2008년 벨기에에서 3만 1700년 전의 개 유골이, 2011년 시베리아에서 3만 3000년 전의 개 두개골이 발견됐다. 농경 시작 이전에 이미 개가 등장했다는 뜻이다. 최근에는 3만 3000년 전에 늑대와 개의 중간쯤인 ‘늑대 개’가 출현했고 점차 가축화됐다는 이론이 설득력을 얻는다. 동물학자 클라이브 브롬홀은 “개는 늑대가 유아화한 형태”라고 했다.(<영원한 어린아이, 인간>) 다 자란 개들이 유전적 변화를 겪으면서 어린 늑대와 비슷한 행동을 하게 됐고, 사람에 의존하는 특성을 갖게 됐다는 분석이다.

개가 없었다면 인류도 없었다.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는 덩치나 사냥 기술에서 경쟁 상대인 네안데르탈인을 앞서지 못했다. 그런데도 “네안데르탈인이 현생 인류에 밀려 지구상에서 사라진 것은 인류와 늑대의 동맹 때문”(<침입종 인간>)이라는 게 화석학 전문가 팻 시프먼의 주장이다. 사냥에 개를 활용해 현생 인류가 네안데르탈인보다 우위에 설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인간은 개를 통해 달리기 능력, 먹잇감을 추적하고 공격하는 능력을 얻었다. 개도 인간이 나눠 주는 음식을 받아먹고 다른 동물들의 공격으로부터 보호받는 등 인간의 도움을 받았다.

개는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 반려동물이다. 외로움을 덜어 주는 효과는 익히 알려져 있다. 개와 사람이 서로 응시하면, 엄마와 아기 사이에 발생하는 호르몬인 옥시토신의 분비가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스라엘 연구팀에 따르면, 애완견이 있는 가정의 어린이는 혈압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개가 있으면 그만큼 야외에서 뛰노는 시간이 많아 건강에 보탬이 된다는 얘기다. 위기에 처한 인간을 구한 개의 미담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심지어 개한테 옳고 그른 걸 아는 도덕적 능력이 있다는 주장마저 나온 마당이다.

한반도에서는 신석기 시대인 6000년 전 연평도 패총에서 개를 사육한 흔적이 발굴된 바 있다. 얼마 전에는 경남 창녕군 가야 시대의 무덤에서 주인과 함께 묻힌 개들의 뼈가 확인됐다. 전용 무덤 방에 온전한 모습으로 매장된 것으로 보아 반려견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죽은 후에도 함께 묻힌 개는 사람에게 가장 소중한 반려동물임이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다. 개는 3만 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사람에게 위로와 힘을 주는 친구였다. 그에 걸맞은 대접을 해 줘야 할 것이다.

김건수 논설위원 kswoo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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