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목소리 키우는데… 뒤로 물러선 윤석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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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중도층 공략을 위해 경제민주화 이슈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7일 서울 광화문 사무실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김 위원장. 연합뉴스

국민의힘에 화려하게 복귀한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본인의 대표 브랜드 ‘경제민주화’를 전면에 내세운다. 시장주의를 강조한 윤석열표 경제공약 대전환이다. 과감한 재정정책을 펴겠다는 언급이 대표적이다. 전체적으로 윤석열 대선후보는 뒤로 물러서고 김 위원장이 적극적인 행보를 하는 모양새인데, 중도층 공략을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김, 경제민주화 전면 내세우며 복귀
윤 경제공약과 방법론 차별화
윤 “통합 정치하겠다” 보조 맞춰
중도층 공략 위한 전략으로 풀이

김 위원장은 8일 “손실보상 100조 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윤 후보가 50조 원을 얘기했는데, 배로 규모를 높였다. 방향성은 같지만, 구체적인 수치를 두고 윤 후보 입장에선 다소 난감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통합민주정부 카드도 꺼냈다. 집권 여당이 되면 야당 인사들을 두루 기용하겠다고 한 것이다.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소수 여당이 되는 의회 구조를 고려하면 원활한 국정 운영에 필수불가결하다는 생각이다. ‘공정’으로 대표되던 윤 후보의 국정 철학이 단번에 ‘통합’으로 치환되는 모양새다. 차기 정부 국정 철학을 관통할 수 있는 핵심 워딩을 김 위원장이 던진 셈이다. 윤 후보는 김 위원장 발언 보도 뒤인 이날 오전 “더 큰 통합의 정치를 하겠다”며 김 위원장 견해에 동의했다. 김 위원장이 치고 나가면 윤 후보가 뒤를 따라 보조를 맞추는 형국으로 볼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윤 후보 주변 일부에서는 우려가 나온다. ‘윤석열 정부’ 대신 ‘김종인 정부’로 대중이 인식하는 데 대한 경계다. 여권이 덧씌우는 ‘상왕론’ 프레임에 갇힐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선대위 공동상황실장은 이미 “아무리 봐도 이재명 대 윤석열의 대결이 아니고, 이재명 대 김종인의 대결로밖에 안 보인다. 윤석열이 안 보인다, 노 룩(No look)”이라고 했다.

선대위 인사권을 김 위원장이 휘두르는 정황도 보인다. 과거 독재 찬양과 여성 비하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피부과 전문의 함익병 씨를 공동선거대책위원장에 추천한 사람 역시 김 위원장으로 전해진다. 국민의힘은 함 씨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임명 반나절 만에 인선을 철회했다. 문제가 뻔한데 김 위원장이 나선 터라 제동이 걸리지 않는 구조적인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논란이 큰 ‘비니좌’ 노재승 공동선대위원장의 거취 문제에 대해 윤 후보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도 김 위원장의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태도를 보여 주는 것으로 읽힌다. 윤 후보는 노 위원장 거취에 대해 이날 취재진과 만나 “선대위에서 이 분이 민간인 신분으로 한 이야기들에 대해 전반적으로 보는 것 같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김 위원장의 결정을 따르겠다는 뉘앙스로도 읽힌다.

윤 후보의 전략적인 행보라는 주장도 있다.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의미다. 선대위 관계자는 “중도층과 젊은 세대 공략이 필요한 시점에서 김 위원장이 외연 확장을 치고 나가고, 이준석 대표가 후보 옆에서 젊은 세대에 지지를 호소하는 그림을 만드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윤 후보가 김 위원장과 이 대표를 적극 활용한다는 얘기다.

실제 이 대표는 ‘울산 만찬’ 이후 윤 후보와 다수 일정에 동행하고 있다. 부산에서 붉은색 ‘사찍말티’를 입고 유세에 나섰고, 8일 오후에는 두 사람이 함께 서울 대학로를 찾았다.

결국 윤 후보와 김 위원장, 이 대표의 미묘한 삼각 역학관계는 지지율 추이에 따라 무게추가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소폭 하락하거나 정체 현상을 빚으며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의 격차가 다소 줄어드는 양상이다. 만약 김 위원장 등판 이후에도 별다른 반전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다시 윤 후보가 전면에 나설 것이라는 의미다. 민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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