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선 포퓰리즘 먹잇감 전락한 코로나 손실 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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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의 소상공인 지원 경쟁이 역대급 ‘쩐의 전쟁’으로 치닫고 있다. 50조, 100조 원이란 천문학적인 액수가 뉘 집 아이 이름 불리 듯한다. 국민의힘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피해를 본 소상공인 손실 보상 규모로 ‘100조 원 카드’를 꺼내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진심이라면 환영”이라면서 즉각 화답했다. 100조 원이면 최근 국회를 통과한 내년 ‘슈퍼 예산’ 607조 7000억 원의 6분의 1(약 15%)에 해당하는 액수로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지난달 초에도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집권하면 자영업자 피해 전액 보상을 위해 50조 원을 투입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자 이 후보가 “그럴 거면 지금 주자”고 반응을 보인 적이 있다. 그때도 재원 확보 방안에서 막혀 논의가 이어지지 않았다.

소상공인 지원 필요·시급성 누구나 공감
‘50조, 100조’ 현실성 검증할 수 있어야

악화일로의 코로나19 상황과 소상공인들의 딱한 사정은 모르는 바 아니다. 지원의 필요성과 시급성 자체를 부정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두 거대 정당의 제안이 실현 가능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를 달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국가 재정을 고려할 때 앞서 두 후보의 구상 모두 실현이 어렵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 기준 국가채무는 965조 3000억 원으로, 내년에는 1천조 원을 넘으리라는 전망이다. 경계가 다소 모호하지만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행여나 선거 때만 되면 정치권이 남발하는 선심성 공약은 아닌가 의구심을 갖게 된다.

물론 재원 확보 가능성이 어느 정도만 되어도 선거를 떠나 여야가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김 위원장의 ‘100조 원 규모 코로나 손실 보상’ 발언과 관련해 여야 원내대표를 포함해 4자 회동을 하고 실현 방안에 대해 논의하자고 제안하자 김 위원장은 “소상공인 피해 지원 100조 기금은 지금 당장 협상하기 위한 대상은 아니다”며 거부했다.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까지 나서서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국민의 불안과 고통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면서 “50조 원, 100조 원 숫자 경쟁을 하지 말고 비상한 책임감으로 임해 달라”고 촉구했다.

민주당이 꺼낸 추가경정예산 이야기도 마뜩잖다. 내년도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한 게 불과 일주일 전이다. 실현 가능성이 있었다면 진작에 관련 예산을 충분히 반영했어야 했다. 절대다수 의석의 여당이 그런 노력은 소홀히 한 채 대선 후보 입을 통해 필요성을 강조하며 재정 당국을 압박하는 듯한 모양새는 좋지 않다. 코로나19로 생계난을 겪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진정으로 걱정한다면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재원 조달 방안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현실적인 대책을 내놓기 바란다. 그래야만 ‘쩐의 전쟁’이니 ‘대선 포퓰리즘 먹잇감’이란 지적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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