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원 칼럼] 부산의 시공간을 확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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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실장

설상가상 점입가경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말 같다. 연말연시에 맞추기라도 한 듯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폭증하고 있어서다. 2020년 벽두부터 2년 가까이 코로나19에 일상이 볼모로 잡혔는데, 갓 막 오른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을 비웃기라도 하듯 다시 전염병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다. 상황이 급박할수록 ‘호랑이에게 물려 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옛말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송년(送年)과 영년(迎年)의 길목인 12월을 맞는 소회야 늘 각별하지만 ‘지방소멸’이라는 망령이 배회하는 시절인 만큼 ‘정신 차리고’ 지역의 지금 여기를 들여다볼 때다. 가는 해인 2021년을 매듭짓고, 오는 해인 2022년을 설계하는 일이 그래서 요긴하다. 특히 부산은 그 어느 때보다 뜻깊은 한 해를 보냈고, 결코 허투루 보낼 수 없는 새해를 맞게 된다. 무엇보다 부산의 시간과 공간에 관한 인식의 지평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

가덕신공항·엑스포·메가시티
지역의 오랜 꿈 알알이 가시화
2021년, 부산 역사에 획을 그은 해
 
‘10~20년 이후 부울경’ 생각하며
부산 시공간 인식의 틀 넓혀 나가야
대선·지방선거도 전략적 접근 필요


시간이라는 잣대로 봤을 때 2021년은 부산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해다. 관문공항을 짓겠다는 지역의 꿈이 20년 만에 현실의 일로 가시화했다. ‘가덕신공항 특별법’이 2월 국회를 통과한 데 이어 9월 17일 시행에 들어갔다. 법적 체계를 완비함에 따라 2024년 착공, 2029년 개항을 향해 가덕신공항 로드맵이 차근차근 절차를 밟는 중이다. 세계를 향해 비상하는 부산의 꿈도 머지않아 실체를 드러낼 전망이다.

가덕신공항과 동전의 앞뒤 같은 게 2030부산세계박람회다. 부산엑스포의 꿈도 올해 현실의 땅에 씨를 뿌렸다. 부산시와 범정부유치기획단이 6월 23일 프랑스 파리 국제박람회기구(BIE)를 찾아 엑스포 유치 신청서를 제출했다. 부산은 ‘유치 의사 표명 도시’에서 ‘공식 후보 도시’가 됐다. 2023년 11월 169개국 회원국 투표로 개최지가 확정될 때까지 부산은 물론이고 범국가적인 총력전이 기다리고 있다.

부울경 메가시티도 순항 중이다. 부산·울산·경남 3개 시·도 직원이 원팀을 이룬 부울경 특별지방자치단체 합동추진단이 7월 29일 출범했고, 정부도 메가시티 출범 시한이 내년 2월 중순이라고 확인했다. 메가시티가 맡을 7개 사무는 정해졌고, 조직·운영의 기본 규범인 ‘규약’만 다듬으면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2040년 인구 1000만 명의 거대 생활경제권, 동북아 8대 메가시티 도약을 향한 꿈도 영글고 있다.

2030~2040년으로 가는 시간표를 따라 부산의 공간 인식도 바뀌어야 할 때다. 가덕신공항, 부산엑스포, 부울경 메가시티 어느 하나 엇박자가 나지 않는 삼위일체의 성공을 기대한다면 이를 뒷받침할 가장 큰 동력은 부산·울산·경남의 결집된 힘이다. 부산 시민은 이제 부산이라는 공간적 인식의 틀에서 벗어나 부울경으로 미래를 꿈꾸고 사고하는 생각의 근육을 키워 나가야 한다. 하나 된 부울경이라야 지역 발전의 모멘텀을 마련할 수 있다.

동남권, PK 등으로 불리는 부울경은 메가시티를 통해 2040년까지 800만 명에 육박하는 인구를 1000만 명으로 늘리고, 지역내총생산(GRDP)도 275조 원에서 491조 원으로 증대할 계획이다. 이 정도라면 ‘도시국가’라 불러도 손색이 없으며, 수도권에 맞설 생활경제권으로 우뚝 설 수 있다. 중앙의 눈치를 보지 않는, 자립·자율·자족의 생활경제 공동체가 우리가 발 딛고 사는 지금 여기에서 출현하는 셈이다.

관건은 부울경의 유기적 결합이다. 부울경이라는 하나의 생명체를 구성하는 부산·울산·경남 사이에 서로 떼어 낼 수 없을 정도의 끈끈한 유대와 화합이 있어야 한다. 원래대로 돌아가면 된다. 부산·울산·경남은 원래 하나였고, 원래 하나인 경남에서 부산이 1963년, 울산이 1997년 각각 떨어져 나왔을 뿐이다. 모천으로 회귀하는 연어처럼 다시 하나의 뿌리로 되돌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경남이라는 모천을 먼저 떠나 온 부산이 재결합의 주춧돌 노릇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앞으로 시시각각 작은 이익에 연연하지 않는 대승적 결단이 부산에 요구된다. 지방 위에 군림하는 수도권의 못된 버릇을 따라 부산이 부울경에서 골목대장 노릇을 하려 들다가는 메가시티라는 공든 탑은 무너지기에 십상이다. 양보와 희생을 통해 더 큰 이익을 얻도록 부산이 부울경의 맏이 역할을 톡톡히 해야 한다.

이제 부산의 시공간을 ‘10~20년 이후 부울경’으로 확장하여 바라보는 습관을 길러 나가야 할 때다. 부울경 메가시티가 2022년 2월 출범하면 그 이후의 3·9 대통령선거와 6·1 지방선거의 지평은 당연히 달라지게 마련이다. 부울경 메가시티를 중심에 놓는 전략적인 투표가 필요하다. 부산·울산·경남, 나아가 부울경 메가시티는 공동 운명체이기에 그렇다.

fores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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