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기획상품 거래, 소비자 불만 ‘만만찮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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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팬인 A 씨는 지난 8월 일본 사이트에서 평소 좋아했던 아이돌의 앨범을 무려 80장 주문했다.

A 씨가 이처럼 다량으로 앨범을 구매한 건 앨범마다 사은품으로 주어지는 아이돌의 포토카드를 모으기 위해서다.

그러나 무려 17만 엔이 넘는 돈을 지불한 A 씨는 앨범을 배송받은 후 앨범 80장 중 16장에서 포토카드가 누락된 사실을 알아챘다. A 씨는 일본의 앨범 구매처에 항의했지만 제대로 된 답변을 받지 못하고 분통만 터뜨렸다.

한국소비자원, 올해 하반기 상담 급증국내외 소비자 금전 피해 사례도 늘어
불만 유형은 ‘계약불이행’이 가장 많아

B 씨도 지난 3월 K팝 앨범을 구매하다 낭패를 봤다. B 씨는 국내 사이트에서 앨범 8장을 사전예약으로 구매했고, 136달러를 지불하고 구매한 앨범은 4월 초에 발매 개시됐다.

그러나 발매 후 석 달이 지나도록 B 씨의 앨범은 함흥차사였다. 당황한 B 씨가 사이트 고객센터에 문의했지만 이미 사업자는 연락이 두절된 상태. 사전에 고지도 하지 않고 B 씨의 주문을 취소한 후 환불 처리 없이 그대로 달아난 것이다.

최근 K팝의 국제적인 위상이 높아지면서 국내외 소비자의 K팝 기획상품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늘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K팝 기획상품에 대한 국제 거래 소비자 불만 역시도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피해는 비단 해외 소비자에게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국내 소비자 역시도 사은품 등을 받기 위해 해외 팬클럽 사이트에서 K팝 기획상품을 구매했다가 금전적인 피해를 보는 사례가 급증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국제거래소비자포털’에 2020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약 2년간 접수된 K팝 기획상품 관련 국제거래 소비자 상담은 총 390건. 이중 국내 소비자 상담이 84건(21.5%), 해외 소비자 상담이 306건(78.5%)으로 집계됐다.

K팝 기획상품이란 흔히 말하는 ‘아이돌 굿즈’와 팬 서비스를 말한다. 주로 아이돌의 모습이 찍힌 포토카드나 영상으로 통화가 가능한 이벤트 응모권 등이다. 이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CD 앨범이나 의류, 달력, 멤버십 회원권 등이 불티나게 팔린다.

그러나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이 같은 기획상품으로 인한 소비자 상담이 올해 하반기 이후 급증하고 있다.

집계된 390건의 국내외 불만 유형을 살펴보면 ‘계약불이행’이 335건(85.9%)으로 가장 많았다. ‘취소·환불·교환 지연 및 거부’ 31건(8.0%), 배송 관련 불만 10건(2.5%)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특히 K팝 기획상품을 구매하는 마니아들은 소비자 충성도가 비정상적일 정도로 높다. 이 때문에 희소성 있는 사은품을 소유하거나 이벤트 당첨을 원하는 아이돌 마니아들은 동일한 제품을 대량·반복 구매하기도 한다.

게다가 앨범 등 주문한 상품의 배송이 장기간 지연되더라도 취소·환불을 신청하지 않고 버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소비자원은 K팝 기획상품 관련 거래 시 소비자 피해 예방을 위해 무엇보다 ‘기획상품은 계약 이행이 강제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소비자원 측은 “배송대행지 이용 후 분쟁 발생 시 사업자 책임이 제한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이용 시 쇼핑몰의 배송 관련 세부 고지내용을 확인해달라”고 당부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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