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료도로 평가 ‘쉬쉬’ 부산시, 시민은 안 보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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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지역 민자 유료도로 운영법인에 대한 운영 평가 결과를 숨겨 온 부산시의 태도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부산시는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평가위원회를 꾸려 2019년부터 매년 민자도로 사업자에 대한 운영 평가를 실시하면서 그 결과를 단 한 번도 공개한 적이 없다고 한다. 올해 10월에도 유료도로 7곳의 운영법인을 대상으로 운영·관리 실적 평가가 이뤄졌지만 이 역시 철저히 베일에 가려졌다. 부산시는 <부산일보> 취재진의 공식적인 정보공개 청구에도 공개를 거부한 데 이어 이의 제기 과정에서도 요지부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민자 도로는 부산 시민의 막대한 혈세가 투입되고 수많은 이용자의 안전 문제가 걸려 있는 공적 공간이다. 운영사에 대한 평가 결과가 공개되지 않은 사실에 부산 시민이라면 누구도 공감하기 어렵다.

운영사만 감싸는 비공개, ‘공익’ 무시
시민 안전 위해서라도 조속히 공개를

부산시가 그동안 집요하게 공개를 거부해 온 이유는 놀랍다 못해 충격적이다. “운영 법인들의 입장이 곤란해진다”거나 “평가위원들의 독립성을 저해한다”는 논리를 내세우는데, 부산시가 시민의 안전과 공익적 측면은 외면한 채 운영 법인 감싸기에 급급하다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 도로의 안전성과 이용의 편의성, 운영의 효율성, 도로의 공공성 등 크게 네 가지 분야의 평가는 공공의 이익과 직결되는 영역이다. 나아가 교통 사망사고율이라든지 도로 파손 보수의 신속성, 교통안전 개선 노력, 재난 대응 장비의 적정성 등을 판단하는 40가지 세부 평가 항목을 보면 시민의 안전 문제와도 떼려야 뗄 수 없는 내용들이 많다.

이런 유료도로를 운영하는 데 막대한 부산시 지원금이 들어가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지난 20년 동안 부산시가 민자 유료도로 운영사에 지급한 보조금과 통행료는 무려 2조 5000억 원에 달한다. 최소운영수입을 보장하는 MRG 조항 등 민간사업자에게 과도한 수익을 안기는 특혜에 가까운 계약 때문이라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부산 시민은 높은 부담을 지고 있는 반면 운영사는 배만 불리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수십년째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엄청난 규모의 시민 혈세가 투입되고 있는데도 그동안 민간사업자의 수입 구조와 투명한 운영 실적 정보를 알려 주지 않은 부산시의 고집은 이해하기 힘들다.

부산시가 뒤늦게나마 민자도로 법인의 운영·관리 실태를 공개하기로 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동안의 닫힌 행정으로 실추된 신뢰를 회복하려면 이제 말이 아니라 구체적인 행동으로 보여 줘야 한다. 무엇보다 시가 유사한 평가 결과를 적극 공개하고 있는 국토교통부의 사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토부는 매년 국내의 18개 민자 고속도로 운영법인에 대한 평가 결과를 알리고 있는데, 운영법인 전체의 서비스 수준 향상이 목적이라고 한다. 국토부의 존재 이유가 국민이라면, 부산시의 존재 이유는 부산 시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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