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치킨 2만 원’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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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느님’은 치킨을 찬양하는 뜻으로 쓰는 말이다. ‘치킨’과 ‘하느님’을 결합해 만들어졌다. '닭대가리'라고는 해도, ‘닭님’이라고는 잘 부르지 않는 것과 대조적이다. 대한민국에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KFC의 전 세계 매장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치킨집이 있다. 전체 프랜차이즈의 20%, 배달대행 1순위 역시 치킨이다. ‘치킨 2만 원’ 시대가 열리며 치느님과의 거리가 멀어진 느낌이 든다.

치킨 가격 인상에 대한 저항은 예전부터 컸다. 2017년 BBQ의 가격 인상 방침은 불매 운동까지 벌어지면서 정부와 여론에 의해 무마되기도 했다. 교촌에프앤비가 가격 인상의 포문을 연 게 지난달 22일이다. 교촌 오리지날은 배달비 3000~4000원을 포함하면 2만 원, 다른 메뉴의 경우 2만 원을 훌쩍 넘는 가격이 되었다. 비에이치씨(BHC)치킨도 기다렸다는 듯이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치킨 3대 프랜차이즈 가운데 BBQ만 당분간 인상이 없다면서 여론의 눈치를 보고 있다. 지난번 가격 인상 때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은 영향이 아직 남아 있는 모양이다.

그동안 치킨 가격은 얼마나 올랐을까. 국내 첫 치킨전문점은 1960년 서울에 문을 연 ‘명동영양센타’다. 당시 ‘전기구이 통닭’의 가격은 150원이었다. 치킨 프랜차이즈들의 동시 가격 인상으로 프라이드치킨 가격이 1만 3000원~1만 6000원이 된 게 2009년이었다. 얼핏 보면 그동안 치킨 업계가 용케도 가격을 인상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는 닭의 크기를 줄이거나 배달료를 인상하는 등 다른 방법을 동원했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의 한국 닭 크기 논란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가 된다. 생닭 가격은 15일 기준 2621~3433원으로 치느님의 몸값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치킨 가격 인상에 대한 여론은 이번에도 부정적이다. 배달로 매출이 높아져도 배달앱 수수료 지불액이 갈수록 늘어 수익 증가는 미미하다는 점에서 일부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교촌에프앤비가 “가맹점 수익성 개선을 위해 치킨 가격을 최대 2000원 올린다”는 설명은 공감하기 어렵다. 코로나19 사태로 모두가 어려운 가운데 교촌에프앤비는 올 3분기 괜찮은 영업 실적을 올렸다. 가맹점의 수익률을 높이는 일에 본사는 팔장만 낀 채 소비자에게 비용 부담을 전가하겠다는 말인가. 사랑하는 치킨이 프랜차이즈 본사와 배달앱 회사만 좋은 일 시키는 것 같아 씁쓸하다.

박종호 수석논설위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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