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조수미와 나훈아, 코로나 시대 문화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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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영 문화부 차장

코로나19가 시작되기 전 마지막으로 극장에서 본 영화는 ‘조커’였다. 2019년 연말이었다. 평소 기억력이 좋지 않은 편이지만, 이건 또렷하게 기억한다. 코로나로 영화관에 마음 놓고 갈 수 없게 된 후 “마지막으로 극장에서 본 영화가 조커였다”고 6개월 이상 한탄하고 다녔기 때문이다. 호아킨 피닉스가 뉴욕의 한 계단에서 빨간 수트를 입고 춤을 출 때 나왔던 음악. 그의 웃픈 춤에 맞춰 어깨를 들썩였던 그때의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다.

영화관 발길 줄고 OTT 서비스 대세
공연 관람 욕구, 영상으로 달래기도
변이 확산 속 대규모 콘서트 논란
대중음악에 유독 엄격한 잣대 불만도

그로부터 반 년이 훌쩍 지난 뒤에야 겨우 한 편의 영화를 극장에서 볼 수 있었다. 2020년 여름 개봉한 연상호 감독의 ‘반도’였다. 흔히 말하는 ‘연니버스’(연상호+유니버스)의 팬으로서 당시엔 꽤나 큰 마음을 먹고 극장을 찾았다. KF94 마스크 탓에 답답했던 영화관의 공기만큼이나 스크린 속 반도의 분위기도 무겁고 암울했다.

‘집콕’ 생활에 완전히 적응해 버린 올해는 ‘지옥’이라는 새로운 연니버스가 거실로 찾아들었다. 넷플릭스라는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타고 온 콘텐츠 덕분에 마스크를 쓰고 극장을 찾는 수고는 하지 않아도 됐다. 하지만 영화관의 초대형 스크린과 짱짱한 스피커가 주는 울림과 몰입감은 여전히 아쉽다.

코로나19 이후 이 같은 집콕 문화생활은 전 국민의 일상이 됐다. 공연장을 찾는 대신 유튜브 공연 영상으로 허한 마음을 달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얼마 전 소프라노 조수미의 공연 영상을 보다가 ‘코로나가 끝나면 이 분의 공연을 객석에서 듣고 싶다, 생애 한 번쯤은’이라는 댓글을 접했다. 거기에 ‘좋아요’ 엄지 버튼을 눌러 공감을 표시한 사람만 1400명이었다.

이렇게 모든 이들이 생애 한 번쯤은 직접 보고 싶은 조수미의 공연이 오는 18일 부산에서 열린다. 표는 이미 매진이다. 이번 공연에는 방역패스가 적용된다.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이후 공연장뿐 아니라 영화관, 박물관, 미술관 등 문화시설은 방역패스 필수시설이 됐다.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은 문화생활도 못하냐는 불만의 목소리도 터져나온다.

조수미에 앞서 지난 주말 또 한 명의 스타가 부산을 찾아 화제가 됐다. ‘테스형’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은 가수 나훈아다. <부산일보>에서는 ‘피켓팅’(피+티켓팅·피가 튀는 전쟁 같은 티켓팅)에 성공한 남유정 기자가 지난 10일 오후 2시 공연을 직접 보고 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산 제품) 방역복까지 챙겨입고 공연장을 찾았다는 남 기자. 그는 “일부 관객들이 저도 모르게 함성을 지르는 경우가 있었는데, 주변에서 자제시키기도 하는 등 대체로 관람 질서가 좋은 편이었다”고 말했다. 다만, 입장과 퇴장 때의 무질서로 충분한 거리두기가 안 되는 점은 아쉬움으로 지적됐다.

나훈아가 현장에서 전한 메시지도 의미 있었다. 그는 이번 공연을 연 이유로 어려워진 공연계 사정을 들면서 “힘든 그들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공연을)잘 여는 것밖에 없다”고 했다. 대중음악계에 따르면 국내 대중음악 공연산업 매출은 코로나 전인 2019년 하반기 1865억 원이었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지난해 같은 기간 매출은 85%, 관객 수는 86%가 줄었다고 한다. 공연 기획사의 경우 매출이 최고 96%까지 준 곳도 있을 만큼 상황이 어렵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 속에서 회당 4000명이 모이는 콘서트가 논란이 되자 일부에서는 ‘나훈아 돈 떨어졌나’ 같은 일차원적 반응도 나왔다. 그러나 연간 저작권료 수입만 수억 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그가 과연 돈이 아쉬워 공연을 강행했겠냐는 게 대중음악계의 중론이다. 업계에서는 대중음악 공연에만 유독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사회 분위기가 차별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대형 뮤지컬 공연은 진행 중인데, 대중음악 공연은 왜 안 되냐는 것이다.

코로나19로 공연·문화예술계는 혹독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지역의 대표적인 문화시설인 부산문화회관(부산시민회관 포함)의 경우 2019년 기준 연간 40만 2000여 명 수준이던 총 관객 수가 지난해에는 13만 2000여 명으로 급감했다. 올해는 11월 말 기준 14만 2000여 명 수준으로 회복 중이지만, 연말 코로나 상황 악화로 다시 공연장을 찾는 발길이 줄지는 않을까 우려된다.

공연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생생한 감동을 제약 없이 즐길 수 있는 날은 언제쯤 돌아올까. ‘비대면 문화생활’이라는 말에는 아무래도 적응이 되질 않는다. 2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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