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라화 폭락 터키에 전 세계 ‘줍줍족’… 5만 채 쓸어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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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 가치가 사상 최저로 떨어진 터키 리라화. 로이터통신홈페이지 캡처

터키 리라화가 연일 사상 최저치 기록을 갈아치우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더 저렴해진 부동산을 사기 위해 외국인들이 터키로 몰려들고 있다. 현지 사이트에 따르면 이스탄불의 30평대 아파트의 평균가는 63만 리라(약 5000만 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쇼핑객들도 터키로 몰려들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터키통계 연구소의 수치를 인용해 지난달 외국인에 대한 터키 주택 판매 건수가 7363건으로, 전년 대비 거의 50%가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외국인들은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터키에서 5만 채가 넘는 주택을 사들였는데,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40% 증가한 수준이다.

화폐 가치 반토막 집값도 추락
전년 동기 대비 거래 50% 급증
최대 도시 이스탄불 건물 선호
아파트 30평대 고작 5000만 원


이처럼 외국인들이 터키 부동산 시장에 몰리는 것은 터키 리라화가 폭락해 달러 등의 가치가 올라 과거보다 훨씬 적은 돈으로도 주택 구입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현지 부동산 사이트인 진가트에 따르면 현재 이스탄불에서 아파트 100㎡의 평균가는 63만 리라에 불과하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리라화는 사상 최저치인 달러당 14.99리라까지 급락했다. 올해 초 달러당 7리라 초중반에 거래되던 것을 고려하면 리라화 가치가 반토막이 난 셈이다. 환율이 달러당 14리라를 넘어선 것은 사상 처음이다.

코누트데르 주택개발투자협회의 알탄 엘마스 회장은 올해 들어 11월까지 주택 매입으로 인한 외화 유입이 예상을 뛰어넘는 약 85억 달러(약 10조 원)에 달했다고 로이터에 밝혔다. 그는 “올해 말까지 이 금액은 100억 달러(약 11조 8000억 원)에 달할 것”이라며 “외국인의 부동산 구매가 (정부의)새로운 경제 프로그램의 최대 지원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줍줍(저렴할 때 줍고 줍는)족’이 가장 선호하는 도시는 이스탄불이었고, 다음은 지중해 휴양 도시 안탈리아, 수도 앙카라 순으로 집계됐다. 국적별로는 이란이 가장 많았고 이라크와 러시아, 독일이 그 뒤를 이었다.

독일 dpa 통신에 따르면 리라 가치 폭락으로 주변국의 쇼핑객들도 터키로 몰려들고 있다. 불가리아 접경 도시인 에디른에는 일상적인 쇼핑과 식사, 여행 등을 위해 방문한 불가리아인들로 북적이고 있다. 새해를 이곳에서 맞이하려는 여행객들로 호텔 예약도 이미 꽉 찼다.

그러나 생활 물가가 뛰면서 상당수 터키인의 삶은 더 고단해지고 있다고 dpa는 지적했다. 터키 야당은 실질 소비자 물가가 공식 통계의 2배가 넘게 치솟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야권 인사인 알리 바바잔 전 경제부총리는 “역사상 최악의 경제 위기의 한 가운데에 있다”며 “터키는 주변국들을 위한 ‘1리라 가게’로 전락했다”고 한탄했다.

터키 경제 전문가들은 수출 촉진을 위해 저금리 정책을 고수하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책으로 인해 리라화 가치가 앞으로 더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고금리가 고물가를 유발한다는 생소한 주장을 펴며 경제학자들의 우려에도 금리 인하를 밀어붙이고 있다. 이에 따라 에르도안 대통령의 지지율도 역대 최악 수준으로 떨어졌다. 일반적으로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면 시중 통화량이 증가해 물가가 상승하고 외화 대비 자국 통화의 가치가 하락한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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