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최초 국산 총기 만든 도미기사, 관련 서류로 재확인

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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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국방 인in人] 도미기사 모집 자료 최초 발굴


SNT모티브 귀환 행사에 참석한 도미기사들이 회사 내 기념 조형물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SNT모티브 귀환 행사에 참석한 도미기사들이 회사 내 기념 조형물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최초의 국산 총기를 생산하며 자주국방의 새 장을 연 국방부 조병창 도미기사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는 각종 문서가 발굴됐다.

부산의 글로벌 소구경 화기 제조업체 SNT모티브는 도미기사 강흥림 씨를 통해 수집한 당시 5대 일간지에 공고한 모집공고와 모집요강 서류, 합격증, 안내문 등을 16일 <부산일보>에 공개했다.

강 씨가 제공한 서류는 '해외유학기술요원(군속 2,3급) 모집' 공고와 육군본부가 작성한 '모집 요강' 합격자에게 배포한 안내 서신, 합격 후 보낸 임명 통지서 등이다.

문서의 대부분은 1971년 11월과 12월께 작성된 것이다. 모집 공고는 당시 신문의 특색이 반영돼 세로 편집된 공고문으로 돼 있으며, 숫자 등은 한자어로 작성됐다.


도미기사 모집 신문 공고. 도미기사 모집 신문 공고.

육군본부가 만든 것으로 보이는 모집 요강은 이른바 '차트체'로 굽은 자 등을 사용해 글자를 만드는 형식이 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독특하다. 군대 행정병 출신이라면 향수를 자아내는 글씨체다.

모집 요강의 본문은 타자기로 작성된 것으로 보였다.


도미기사 모집 요강 표지. 도미기사 모집 요강 표지.

모집 일정을 보면 1971년 11월 00명의 인원을 모집하는 공고를 낸 뒤 같은 해 11월 5월부터 20일까지 원서 접수, 12월 7일 1차 발표, 12월 22일 2차 발표, 23일 2차 합격자를 대상으로 한 신체검사 후 1972년 1월 10일 최종 합격자를 발표했다.

알려진 대로 도미기사 기술요원은 모두 각 분야 엘리트였다. 공고문에 보면 모집 직렬은 기계, 열처리, 화학, 금속 분야였는데 모두 공대 기계공학과 졸업이나 금속공학과, 화학공학과 졸업자여야 응시할 수 있었다. 특히 경력도 최소 2년 이상의 실무 경력을 요구했다. 모집 지역은 서울과 부산이지만, 근무지는 ‘전원 부산에서 근무케 됨’을 명시해 부산 근무를 의무화했다.

도미기사 모집 요강 내용. 도미기사 모집 요강 내용.

기타 조건으로 영어회화, 전문기술 영문원서 해독가능자로 외국어 능력을 요구했다. 외국어 능력은 합격자에게 보낸 임명 통지서에서도 다시 한번 강조된다.

선발 도미기사는 미국 콜트사 연수가 예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합격자 강 씨가 받은 육군 제2조병창장 이한근 대령의 안내 서신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합격하신 데 대해서 충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귀하는 신체검사, 신원조회 등에 있어서 특별한 차질이 없는 한 내년 2월 중순경에는 도미교육을 위해 출국하도록 계획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출국 전 1월 하순에 ECL 시험에서 70점 이상을 받고 회화 시험에 통과되어야 계획대로 출국하게 됩니다. 시험에 합격하지 못하면 그 수준 도달까지 기간 만큼 우리 사업이 지연돼 귀하가 야망하는 도미 교육도 늦어지거나 빛을 보지 못하게 될지도 모르겠읍니다. 간곡히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약 1개월 동안 영어 공부에 최선을 다해주십사 하는 것입니다.(부분 중략) 귀하와 귀 가정에 큰 축복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1971.12.29.’로 적혀 있었다.


도미기사 합격자 안내 서신. 도미기사 합격자 안내 서신.
도미기사 최종 합격 후 받은 임명 통지서. 도미기사 최종 합격 후 받은 임명 통지서.

강 씨가 받은 1972년 1월 13일 받은 최종 임명 통지서에는 육군참모총장의 직인이 찍혀 있다. 강 씨는 대망의 도미기사로 선발돼 미국 연수를 마치고 와서 부산 기장군 국방부 조병창에서 최초의 국산 생산 총기 M16을 만들었다.

강 씨는 "나의 청춘을 바친 자주국방 사업이 너무 자랑스러워 모든 자료를 소중히 간직하고 있었다"며 "개인이 보관하는 것보다는 SNT모티브가 별도의 기억 공간을 마련해 전시한다고 해서 기꺼이 기증했다"고 말했다.





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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