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탐정 코남] #7. 부산 엘지 메트로시티, 용광로 품은 로얄동은?(feat. 풍수지리학)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 , 정수원 PD blueskyda2@busan.com , 이지민 에디터 mingmi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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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모든 궁금증을 직접 확인하는 '맹탐정 코남'입니다. 황당하고 재미있는 '사건·사고·장소·사람'과 언제나 함께하겠습니다.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를 한 발짝 물러서서 들여다보겠습니다. 진실은 언제나 여러 가지. 유튜브 구독자분들의 많은 제보 기다리겠습니다.


<사건개요>

며칠 전 맹탐정에게 황당한 제보가 들어왔다. 부산 남구 용호동의 7000세대가 넘는 대단지 아파트에 명문대생을 다수 배출한 특정 동이 있다는 이야기. 2021년도에 이 무슨 어이없는 소리냐며 웃으며 넘기려 했지만, 제보자는 맹탐정의 귀를 유혹하는 이야기를 내놓았다.


바로 그 아파트가 들어서기 전, 과거 그곳엔 철강소가 있었고 '용광로'가 있던 자리에, 용광로의 그 뜨거운(?) 기운이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 게다가 부동산에는 그 '용광로 동'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 경쟁을 벌이기도 한다는데… 이 황당한 소문의 진실을 확인하기 위해 맹탐정이 직접 나가봤다.


<현장검증>

사전 현장검증에 앞서 먼저 포털의 유명 부동산 카페에 의견을 물어봤다.

맹탐점임을 숨긴 채 "용호동 그 아파트에 서울대 합격생을 많이 배출한 특정 동이 있다는 데 사실인가요?" 라고 글을 올렸다. 생각보다 반응은 뜨거웠다,

반나절 만에 조회 수 1651회, 댓글은 24개가 달렸다. 분 단위로 새 글이 올라올 정도로 활성화된 카페에서 상당한 주목을 끈 것이다. 물론 대부분 처음 듣는 의견이라는 댓글이 많았다. 한 회원은 "공부는 스스로 해야 한다며, 미신도 적당히 믿으라"고 맹탐정을 타박했다. 아파트 매물을 구하는 고등학교 학부모쯤으로 여겨진 것 같다. '악플'을 읽어 가던 중 소문의 단서를 찾을 수 있었다. 제보자와 엇비슷한 댓글이 달린 것이다. 그 네이버 카페 회원은 "용광로 있던 자리가 사업이 잘된다고, 돈 버는 자리"라고 했다. 비록 익명으로 신빙성은 떨어졌지만 참고는 가능했다.


아파트 주민들에게 직접 이야기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주민들을 대상으로 맹탐정은 탐문수사에 들어갔다.

먼저 철강소가 있긴 했을까? 이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땅이 바다를 메워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이전부터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 자리에 철강소가 있다는 말은 처음 들었다.


아파트 단지 내 공원에서 만난 한 주민은 "옛날에 동국제강이라는 철강소가 있었다"며 아주 당연한 것을 묻는다는 표정으로 맹탐정을 쳐다봤다. 순식간에 상식이 없는 사람 취급을 당했다. 맹탐정은 "아직 젊어서 그런 사실을 몰랐다"는 애처로운 변명을 늘어놓았다. 동시에 용광로는 어디있었는지, 혹시 알고 있냐고 물었다. 그 주민은 "확실한 것은 아니나 201동 밑에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운동을 하고 벤치에 앉아 쉬고 있던 주민에게도 철강소와 용광로에 대해 물었다. 그 주민은 "철강소가 있었고 용광로는 3개가 있었는데 하나는 218동 밑에 있다"고 말했다. 201, 208동… 주민들마다 용광로 위치에 대한 의견이 엇갈렸다.


용광로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았다.

맹탐정은 과거 용호동에 있었던 철강소 '동국제강'으로 연락해 용광로의 위치를 물었다. 처음 맹탐정의 연락을 경계하던 동국제강 관계자는, 아파트 단지에 용광로의 좋은 기운이 전해지고 있다는 썰을 이야기하자 굉장히 반가워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동국제강 역시 용호동 부지의 용광로 위치는 정확하게 알 수 없었다.

동국제강 김선홍 팀장은 "과거 용호동에 동국제강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워낙 오래전 일이라 과거 용광로의 위치를 파악하기는 힘들다"고 했다.


하지만 맹탐정은 과거 이 부지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아파트 단지가 있었던 용호동의 옛 지명은 '분개'다. '염전이 있는 갯벌'이라는 뜻으로, 이곳은 조선시대 때부터 이름난 소금 생산지였다. 이후 1963년 동국제강이 민간기업으로서는 처음으로 대규모 현대적 철강공장을 부산 남구 용호동(일명 분개 일대) 갯벌 22만 평 부지에 건설했다. 바다를 메워 공장을 세운 것이다. 이후 1965년 50t 규모 용광로를 준공시켰다. 다음 해 국내 최초로 전기를 이용해 금속을 녹이는 15t 규모 전기로를 설치하고 가동했다. 철근, 와이어 등 연간 180만 톤의 철강 자재를 생산하며 사세를 늘려갔지만, IMF 사태와 용호동 공장 부지가 일반주거지로 용도변경이 되면서 부산을 떠나게 된 것이다.


답답함을 느끼던 와중 맹탐정 일행의 시야에 부동산이 눈에 들어왔다.

아파트의 정보가 모이는 장소로 부동산만 한 곳이 있을까? 아파트 단지 근처에 자리 잡은 부동산으로 한걸음에 달려갔다. 맹탐정은 그곳에서 또 새로운 사실을 들을 수 있었다. "정말 잘 찾아왔다, 내가 여기 입주 초기 때부터 부동산 일을 해왔다". 금탑부동산 유명희 소장은 맹탐정 일행을 밝게 맞아줬다.


소장은 "용광로의 위치는 확실하지 않지만 142동과 214동 근처가 유력하다"고 말했다. 또 실제로 '용광로 동'을 찾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고 말했다. "과거 이 동들이 다른 동들보다 인기가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용광로 동이 명문대생을 많이 배출한다는 소문과 관련해서는 명확한 대답을 듣기 어려웠다. 다만 "2001년 아파트가 입주할 때 이 아파트에 부자들이 많이 살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부산의 최고 현금 부자도 이 아파트에 살았다고 전해 들었다"고 했다. 부모의 재력이 자녀의 성공을 좌지우지하는 하나의 요소임에는 분명한 현실이다. 아무튼 도대체 용광로가 있던 곳은 어딜까?


철강소 직원도, 아파트 주민도, 부동산도, 말이 모두 다르다. 맹탐정은 혼란에 빠졌다.

지나가는 아무나 붙잡고 묻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파트 경비실을 들낙거리며 용광로의 위치를 묻고 다녔다. 그러다 그때, 맹탐정을 보는 눈빛이 심상치 않은 분이 있었다. 그는 과거 자신이 구청에서 오래 일했다며, 맹탐정이 원하는 사람을 '정확히' 소개해주겠다고 말했다. 그는 "동국제강에서 30년 넘게 일한 사람을 소개 시켜주겠다"며 "용호동에서 통장을 지내기도 했고 특히, 철강소가 문을 닫던 날 용광로의 불(?)을 끈 사람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연락처 하나를 종이에 적어 주셨다. 이 사람이다 싶었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잡고, 떨리는 손으로 종이에 적힌 번호를 눌렀다. 그리고 마침내 통화가 연결됐다.


맹탐정은 운이 좋다.

동국제강에서 30년 넘게 일했다는 고병용 씨를 만났다. 그는 자신을 "쇳물을 만드는 용광로에 고철 등을 크레인으로 집어넣는 중장비 기사"였다고 소개했다.

맹탐정은 그에게 용광로의 위치를 물었다. 그리고 그에게서 놀라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용광로 동이란 것은 애초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기억하기로 동국제강에는 50t 규모 용광로 2개, 15t 용광로 2개 등 총 4개의 용광로가 있었다"고 맹탐정을 아파트 단지 밖으로 안내하며 말했다.

어디로 맹탐정 일행을 데려가는지 궁금해할 무렵 그가 말했다. "50t 규모의 용광로는 바로 이곳에 있었습니다" 그가 가리킨 곳은 의외의 장소였다.

그는 분포우체국 맞은편, 한창 새 건물이 지어지고 있는 땅을 손으로 가리켰다. 그곳은 S 건설이 자사의 시그니처 오피스텔과 상업시설을 짓고 있는 곳이었다. "주변 환경이 달라지긴 했지만, 이곳에 용광로가 있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15t 용광로는 어디에 있느냐는 질문에 고 씨는 또 맹탐정 일행을 다른 곳으로 안내했다. 그와 함께 도착한 곳은 아파트 단지 내 중앙공원, 그리고 그는 140동 뒤쪽에서 중앙공원 쪽으로 팔을 휘저어 가며 용광로 위치를 설명했다. 그는 "여기에 15t 용광로가 있었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자면 이 아파트 단지 내에 '용광로 동'은 없는 게 맞다"고 말했다. 또 그는 "영남제분과 남부면허시험장이 있는 그쪽으로 철강소의 정문이 있었다"며 상세하게 철강소의 모습을 설명해주기도 했다.


드디어 용광로의 위치를 확인했다. 그렇다면 과연 용광로가 있는 곳은 정말 명당일까?

이 아파트는 용광로의 기운에 힘입어 명문대생을 배출한 것일까? 아쉽게도 맹탐정에게 '땅의 가치'를 구분할 수 있는 눈은 없다. 맹탐정은 풍수지리학자를 찾아갔다.

부산과학기술대학교 풍수명리복지과 김기범 교수는 한마디로 "명당이 맞다"고 단언했다. 김 교수는 "이 아파트 단지가 있는 땅은 물형론에 따라 설명이 된다, '연화부수형'의 형태로 연꽃이 물 위에 떠 있는 모양의 땅"이라고 말했다. 또 "아파트 때문에 연꽃이 활짝 폈다"고 덧붙였다. 아파트가 높게 들어서면서 연꽃이 만개해 땅의 기운이 더 상승했다는 말이다. 맹탐정은 용광로가 연꽃을 태우지는 않느냐고 날카롭게 물었다. 그러자 김 교수는 "용광로의 따뜻한 기운이 연꽃을 더 감싸 안는 땅"이라고 설명했다. 정리하면 원래부터 명당이지만 용광로 덕분에 더 득을 보고 있는 땅이라는 것이다.


<사건해결>

(*맹탐정 개인 의견임. 부산일보의 편집 방향과 무관함.)

용호동 LG메트로시티에 '용광로 동'은 없다. 용광로가 있던 곳엔 다른 건물이 지어지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는 그 아파트 단지를 둘러싼 부지 전체가 좋은 땅이라고 말했다.

논리적으로 생각해보면 7000세대가 넘는 대단지 아파트에, 소위 부자들이 많이 살고 있었다는 그곳에, 명문대생들이 많다는 것은 확률적으로 당연한 말이다.

그러나 '노란색 액자를 걸어야 재물이 많이 들어온다, 변기 뚜껑은 항상 닫고 전자레인지와 냉장고는 멀리 두라 등 집을 둘러싼 수많은 풍수지리학적 의견들.

그만큼 집이 사람들에게 중요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 가운데 용광로 있던 자리가 기운이 좋다는 것도 흥미 있는 이야깃거리는 아닐까?

제작=남형욱 기자, 정수원 PD, 이지민 에디터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 , 정수원 PD blueskyda2@busan.com , 이지민 에디터 mingmi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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