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인데… 손님 사라진 부산 번화가 ‘한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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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두기 ‘한파’ 덮친 첫 주말

18일 식당과 카페 등의 영업시간이 오후 9시로 제한되는 등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으로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날 부산 서면 쥬디스태화 인근의 한 가게에서 밤 9시가 되자 가게 직원들이 손님을 내보내고 매장 정리를 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강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행된 첫 주말, 여느 때보다 뜨거웠어야 할 연말 부산의 번화가는 한숨과 아쉬움으로 가득했다. 텅 빈 테이블을 바라보는 자영업자들은 절규에 가까운 한숨을 내쉬었고, 외출에 나선 시민들은 방역수칙을 지키기 위해 아쉬움을 삼키며 귀갓길에 올랐다. 첫날부터 불법 영업을 하다 적발된 유흥주점도 있었다.

지난 18일 오후 7시 30분 주말을 맞아 외출을 나온 시민들이 부산진구 서면 중심가로 모여들었다. 크리스마스 트리가 놓인 가게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거나 지인에게 줄 선물을 구입하는 등 시민들의 모습은 여느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후 9시 다가오자 가게 텅 비어
상인들 “연말 대목 다 망쳐” 절규
시민들도 귀가 않고 점포 앞 배회
길거리 공연 보며 아쉬움 달래기도
불법 영업 업주 등 14명 적발

하지만 오후 9시가 가까워지자 술집과 식당, 카페 곳곳에서 영업 종료 시간이 임박했다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코로나 시국’에 익숙해진 시민들은 오후 9시가 되기 전에 가게에서 나갈 채비를 했고, 영업 종료 안내방송이 나오자 분주히 자리를 떠났다. 서면 밤거리는 귀가하려는 차량과 인파가 어지럽게 뒤섞였고, 대로변에는 경찰까지 출동해 혹시 일어날지도 모를 안전사고에 대비했다.

오후 9시가 조금 넘었을 뿐인데 식당과 술집의 테이블은 텅 비었다. 맥줏집을 운영하는 최 모(45) 씨는 “우리 같은 술장수에게 지금의 거리 두기는 사실상 영업중단이나 마찬가지라 예년 매상의 10분의 1도 찍지 못할 것 같다”며 “코로나 확산 초반과 달리 배달시장도 경쟁이 굉장히 치열해져 배달 수입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정부의 방역지원금 정책에 대한 불만도 쏟아졌다. 해운대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박 모(50) 씨는 “연말연시 대목 장사를 완전히 망쳐 놓고 100만 원을 주겠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이제는 정말 장사를 접어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후 9시가 지났지만 가게 앞을 서성거리며 대화를 나누거나 길거리 버스킹 공연을 구경하며 아쉬움을 달래는 시민도 적지 않았다. 식당, 술집과 달리 영업시간이 오후 10시까지인 오락실이나 무인셀프사진관 등으로 인파가 몰리면서 오히려 해당 점포 밀집도가 높아지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대학생 이 모(25) 씨는 “거리 두기 탓에 친구들과 일찍부터 모여 놀았지만 술을 마시다 중간에 끊게 돼 굉장히 아쉽다”며 “지금 집에 가기는 아까워 친구 집 등 술을 더 마실 수 있는 곳을 찾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다수 시민들이 방역수칙을 지켰지만, 거리 두기 강화 첫날부터 몰래 유흥을 즐기다 경찰에 적발된 이들도 있다. 부산경찰청은 지난 18일 오후 11시 30분 부산진구 서면1번가 인근의 한 유흥주점에서 문을 잠그고 영업하던 업주와 여성접객원, 손님 등 14명을 적발했다고 1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출입문을 잠그고 몰래 손님을 받은 뒤 술과 안주 등을 제공했으며, 현장에는 여성접객원도 동석해 있었다. 경찰은 해당 유흥주점 업주와 여성접객원은 물론 주점을 이용한 손님에게 3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방침이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 시행하는 ‘잠시 멈춤’에 시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동참을 요청드린다”며 “거리 두기 위반 업소에 대해서는 엄정하고 강력한 단속활동을 펼쳐 나가겠다”고 밝혔다.

안준영·탁경륜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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