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교육은 ‘정성의 과학’… 초긍정 자존감 키워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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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공부에…’ 펴낸 유정임 작가 두 아들 명문대 보낸 비결 들어보니…

이과생 첫째와 문과생 둘째, 두 아들을 카이스트와 서울대에 보낸 엄마가 있다. 입시업계에서 ‘그랜드슬램’으로 통하며 부러움을 한몸에 받는 주인공. 최근 자신의 교육 철학을 정리한 책 을 펴내 단숨에 베스트셀러에 등극시킨 유정임 작가를 만나 자녀교육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지역방송국 PD시절 영재 부모들 만나
한국과 다른 교육 현장·철학 깨우쳐
1000명 아이 1000가지 교육법 다 옳아
성향 맞게 운동·음악 공부 등 확장 필요


■다름의 ‘재미’와 ‘행복’

“두 아이가 성향이 너무 달랐어요. 탐색전을 벌이듯 아이 성향에 맞춰가는 게 재밌었죠.” 첫마디부터 틀을 깨는 답이다. “자식을 키운다는 건 엄마로 길러지는 거니까요.” 이어지는 설명에서 ‘재미’의 이유를 알 것 같다. 가만히 놔둬도 알아서 공부를 해 별명이 ‘국정교과서’인 첫째 아들. 반면 둘째는 책을 싫어하고 활동적인 걸 즐겼다. 유 작가는 아이의 성향을 파악하기 위해 학교와 학원 선생님께 도움 구하는 걸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집에서 내가 보는 아이는 ‘우리 아이가 이랬으면 좋겠다’는 기대가 더 크다”며 “밖에서 들려오는 이야기가 거품을 걷어낸 진짜 모습이다”고 말했다.

두 아이의 다름을 이해하게 되자 아이의 진로도 보이기 시작했다. 여섯 살 무렵, 첫째 아이는 과학실험실에 다녀온 뒤 화장실에서 실험을 해댔다. 재밌게 받아줬더니 과학에 흥미가 생겼고, 6학년 땐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책을 들고 다닐 정도로 빠져들었다. ‘꼬마 과학자’는 과학고에 진학해 2015년부터 카이스트에서 물리학과 수학을 공부하고 있다.

둘째 아이는 책읽기를 싫어하는 대신 5~6학년 때부터 만화책을 달고 살았다. 이야기를 나눠 보니 “일본 만화 이 너무 재밌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청소년이 볼 만한 만화를 꼭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알게 됐다. 방송국에서 청소년만화를 제작하겠다는 목표가 섰고, ‘KBS에 입사하려면 SKY에 가세요’란 게시판 답변을 본 뒤, 공부에 몰두했다. ‘미래 애니메이션 감독’은 2018년 서울대 경영학과에 진학해 꿈을 키워가고 있다.



■‘성적’보다 중요한 것

아무리 꿈이 있다 한들 공부가 마냥 재밌을 수는 없는 법. 유 작가는 빡빡한 채찍보다 부드러운 당근을 택했다. 방학 때면 두 아이에게 노트를 주고 하루 목표량을 쓰게 했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와 목표량을 채운 아이들을 칭찬해주면서 조금씩 공부 양을 늘려나갔다. 그는 “숙제가 너무 많으면 계속 밀려 실패감만 맛보지만, 적당하면 계속 성취감을 얻으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 작가는 ‘초긍정’의 자세를 강조한다. CNN에 견학가서 “나도 CNN 기자가 될 수 있을까요?”라고 묻는 아이에겐 “그러려면 영어공부를 열심히 해야 돼” 대신 “저기에 앉은 모습을 매일 상상하면 훨씬 빨리 그 꿈을 이룰 수 있어”라며 응원했다.

유 작가가 남다른 교육법을 터득하게 된 계기는 지역방송국 PD로 일하던 시절, 해외의 영재 부모들을 취재하며 받은 영감 덕분이다. 영재 엄마들에겐 공통점이 있었다. 화가 날 때 꿀꺽 한 번 삼키고, 매사에 긍정적이고, 아이마다 다르게 대한다는 점이다. 고민하던 유 작가는 2008년 남편의 연수 시기에 맞춰, 사표를 던지고 미국으로 날아갔다. 초등학교 5학년과 3학년, 애틀랜타에서 1년 동안 아이들을 키우면서 한국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교육 현장을 몸소 경험했다.

아이가 과제를 잘한 학생에게 주는 열쇠고리를 못 받아 울고 있을 때, 다른 친구들은 상을 받은 친구에게 다가가 “축하해”라며 박수를 건넸다.유 작가는 “경쟁에서 뒤로 물러나니까 성적보다 중요한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며 “영어보다 더 중요한 걸 배웠다”고 회고했다.



■열성·극성 말고 ‘정성’

해외에서의 깨달음을 바탕으로 유 작가는 나름의 ‘부모 철학’을 세웠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배려’다. 배달 아저씨가 돌아설 때 바로 문을 걸어 잠그지 않게 했고, 전화도 상대가 먼저 끊을 때까지 기다리도록 했다. 사교육도 중요하지만, 학교 교육을 우선시했다. 둘째 아이가 중학교 3학년 때, 영어시험지를 들고 와 자신의 답도 맞는데 틀리게 채점됐다며 씩씩댔지만 유 작가는 단호하게 말했다. “네 답도 맞지만 그 점수를 받을 수 없어. 수업시간에 선생님께서 분명 그 정답을 강조하셨는데, 너가 딴짓을 했을 거야.” 유 작가는 “항의를 해서 3점을 더 받았다면 아이는 1년 내내 선생님을 불신했을 것”이라며 “선생님에 대한 믿음도 교육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두 아들을 좋은 대학에 보냈지만 유 작가는 정작 ‘글 공부’가 전부라고 보지 않는다. 노래 공부, 운동 공부 등 공부를 넓게 해석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엄마란 어떤 존재이며,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아이가 뭐가 제일 힘든지 살펴봐주는 게 엄마예요. 정말 힘들 때 엄마가 떠올라야죠. 힘든 걸 알아주면 아이들이 힘든 걸 얘기하거든요. 1000명의 아이에게 1000가지 교육법은 다 옳아요. 정답은 없고 해답만 있을 뿐이죠. 자녀교육은 ‘정성의 과학’입니다.” ‘엄마’란 단어 대신 ‘아빠’, ‘부모’를 넣어도 통하는 그의 ‘교육 철학’이다.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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