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설강화’, 눈덩이처럼 커지는 역사왜곡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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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드라마 ‘설강화’의 역사왜곡 문제를 둘러싸고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시청자들은 민주화운동 폄훼 등을 이유로 드라마 방영중지를 요구하고 있고, 광고협찬사가 줄줄이 지원을 철회하면서 향후 방송에 험로가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올 초 비슷한 이유로 2회 만에 폐지된 드라마 ‘조선구마사’의 전철을 이 드라마가 다시 밟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청년단체 ‘세계시민선언’은 22일 서울서부지법에 ‘설강화’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낼 예정이다. 이 단체가 문제로 지적한 부분은 ‘국가폭력 미화’ ‘국가안전기획부(이하 안기부) 직원 왜곡 묘사’ ‘민주화운동 폄훼’ 등이다.

“1987년 민주화운동 가치 부정”
청년단체 상영금지 가처분신청
청와대 청원 30만… 협찬 철회
JTBC “드라마 속 설정은 가상”
“역사적 상상력 막아서야” 주장도

앞서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 올라온 ‘드라마 방영중지’ 국민청원은 개시 이틀 만에 동의 30만 명을 넘었다. 청원인은 “민주화운동의 가치를 훼손하는 드라마”라며 “민주화운동에 쓰였던 ‘솔아 푸르른 솔아’를 안기부 직원과 간첩의 배경음악으로 사용한 것도 용인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박종철기념사업회도 민주화운동을 간첩과 연계시키는 건 적절치 못하다며 “간첩인 주인공과 안기부 추격 장면에 민주화운동 노래를 넣는 것 자체가 왜곡이고 가해”라고 지적했다.

1987년 서울을 배경으로 한 이 드라마는 여대생 기숙사에 피투성이로 뛰어든 명문대생과 그를 치료해 준 여대생의 이야기를 그린다. 1·2화에서는 간첩인 남학생을 한 여대생이 운동권 학생으로 오인하고 기숙사에 숨겨주는 내용이 방송됐다.

올 3월 시놉시스 유출로 한 차례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였던 이 드라마는 첫 방송 이후 더욱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싸리재마을과 푸라닭, 도평요 등 광고·협찬사들은 부랴부랴 제작 지원을 철회하고 사태 수습에 나섰다. 이에 JTBC 측은 “드라마 속 인물과 기관, 설정 등은 모두 가상”이라며 “앞으로의 전개를 지켜봐 달라”고 다시 한번 당부했다. 방송 중단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16부 중 이제 2회가 공개됐을 뿐인데 방영 중단을 요구하는 건 성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콘텐츠가 시작부터 역사 왜곡 문제에 발목 잡히면 창작의 자유와 콘텐츠 다양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다. 또 이번 논란이 ‘조선구마사’와 같이 방송 폐지로 이어진다면, 창작자들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민감한 소재를 다루는 만큼 제작진이 좀 더 책임의식을 갖고 만들어야 했다”면서도 “‘조선구마사’의 비화가 반복되는 건 창작자들의 자기검열을 가져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봤다. 정 평론가는 이어 “그렇게 된다면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더한 콘텐츠가 더 이상 나올 수 없을 것”이라며 “결국 한국 콘텐츠 다양성과 발전을 저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 이라고 했다. 원동연 리얼라이즈 픽쳐스 대표도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역사적인 사건을 자유롭게 비틀고 상상한다고 해서 우리 사회가 무너지고 상처받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방영 자체를 막는 게 더 올바른 일인가”라고 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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