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신춘문예-단편소설 심사평] 감동적인 울림과 화자의 절제된 감정 등 여러 미덕 갖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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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심위원들이 고투 끝에 본심으로 넘긴 작품은 모두 7편이다. 모두 개성적인 빛을 발하고 있지만, 최종적으로 ‘유영’과 ‘알 수 없지만’ 두 편을 두고 오래 토론하였다. ‘유영’의 경우 고향에 머물러도 자유롭다는 인물과 자유를 찾아 고향을 떠나려는 인물의 대비가 서사의 긴장을 형성한다. 청계리에만 비가 오지 않는다는 예외적 상황과 말라붙은 저수지의 횡단 장면은 이런 긴장을 탄력적으로 만드는 상징적 장치로 보인다. 단편소설의 미적 본질에 대한 고민이 엿보이지만, 상징적 장치와 작중 인물들의 내적 동기 사이의 연관이 긴밀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알 수 없지만’은 남루하고 구차한 삶을 살아 내야 하는 사람들의 애잔한 하루를 담아낸다. 아르바이트 자리조차 잃어버린 여성 화자는 무기력한 나날을 벗어나기 위해 시간표를 짜서 체계적으로 생활하고자 한다. 그러나 삶은 일정표대로 굴러가지 않는다. 시간표라는 외형 때문에 극적인 사건은 전개되지 않지만, 죽은 애인의 손길이 닿은 셔츠를 간직한 할아버지와 헤어진 연인의 생각을 떨치지 못하는 손녀가 함께 영화를 보고 있는 장면은 이 소설의 압권이라 할 만하다. 이 장면은 할아버지의 애처로운 모습을 바라보는 손녀의 웅숭깊은 시선과 함께 독자의 마음에 큰 울림을 남길 듯하다. 더불어 화자의 절제된 감정, 삽화와 소품의 적절한 배치 등 여러 미덕을 갖추었기에, 우리 심사위원은 ‘알 수 없지만’을 당선작으로 선정한다.

심사위원 정찬·황국명·나여경·이정임·배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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