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신춘문예-시조] 삭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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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영 임

누구 하나 기별 없는 전화기를 매만지다

도무지 알 수 없는 번호들을 지운다

절두산 망나니 손이

칼춤 추듯, 칼춤 추듯





삭제한 낯선 이름 온 저녁을 붙잡는다

단칼에 날린 순간 불현듯 떠오르는

아뿔싸, 목을 벤 후에

도착한 어명 같은





산다는 핑계 속에 까마아득 잊혀져간

나는 또 누구에게 삭제될 이름일까

희미한 번호를 뒤져

늦은 안부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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