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신춘문예-시조 심사평] 인간 존재에 관한 사유를 촉발할 여운 머금은 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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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길고 막막한 팬데믹 시대다. 누구도 명쾌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는 어둠의 터널 속에서 우리의 생활은 2년을 경과하고 있다. 인간의 거만함을 비웃기라도 하듯 바이러스들은 새로운 변종이 되어 날뛰고 있다. 이러한 전망 부재의 삶 앞에서 투고 작품들의 현황은 어떤 모습일까? 라는 궁금함과 일말의 기대 속에서 작품을 읽는 선자는 떨렸다. 결과를 먼저 말하면 투고작 수는 전해에 비해 소폭 증가하였고 수준은 높아졌다. 형식에 대한 이해도도 높았다. 그리고 이 시대의 시조가 어떤 질문을 던지고 어떤 대상을 노래해야 하는 가를 잘 알고 있었다.

마지막까지 유의해서 읽어본 작품으로는 ‘월력’ ‘어머니의 좌판’ ‘기계치’ ‘원추리 여인숙’ ‘ 삭제하다’였다. 그러나 서정성과 수사 능력의 부족 등을 발견하여 제외한 뒤 마지막 당선작 후보로 남은 작품은 ‘삭제하다’와 ‘원추리 여인숙’이었다. 한 작품은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우리 시대의 어두운 삶을 예리하게 드러내어 반추하게 하는 작품이고 다른 하나는 시조를 읽는 재미를 소소하게 선사하는 잘 수놓은 수틀 속의 그림 같은 작품이었다. 이 두 시인의 다른 작품들도 탄탄하였다. 오래 심사숙고한 결과 좀 더 신선하고 현대적인 작품을 고른다는 의미에서 당선의 영광은 ‘삭제하다’를 쓴 시인에게 돌아갔다. 정보화 기계화 시대가 된 지금일수록 고독한 사람들은 더욱 고독해지고 잊혀 가는 사람들은 더욱 잊혀 갈 것이다. 팬데믹 시대가 그런 외로움을 더 부추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삭제하다’는 인간 존재의 중요성을 성찰하게 하고 그와 관련한 여러 가지 사유를 촉발할 수 있는 여운을 머금고 있는 수작이다. 대성을 기원한다. 심사위원 이우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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