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역사 왜곡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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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드라마 ‘설강화’를 둘러싼 역사 왜곡 논란이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방송 중지를 요구하는 국민청원은 며칠 만에 30만 명이 넘는 동의를 받았고, 제작 지원을 했던 업체들이 줄줄이 지원 철회와 사과를 발표했다. 세계 각지의 민주화 운동을 지원하는 한 시민단체는 “국가폭력을 미화하는 듯한 드라마가 버젓이 방영되고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통해 수출까지 되는 사실에 경악한다”며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설강화의 역사 왜곡을 비난하는 이들은 이 드라마가 과거 많은 민주화 인사를 고문하고 살해한 국가안전기획부 직원을 우직한 열혈 공무원으로 미화하고, 간첩을 민주화 인사로 오해받는 장면을 넣어 안기부가 민주항쟁을 탄압할 당시 내세운 ‘간첩 척결’ 명분을 정당화시켜 준다고 설명한다. 군부독재에 온몸으로 맞섰던 이들에 대한 명백한 모독이라고 주장한다.

해당 방송사는 군부정권 시절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드라마는 개인적인 서사를 보여 주는 창작물로 역사 왜곡 지적은 오해라고 해명했다. 앞으로 방송 전개를 보면 자연스럽게 오해가 풀릴 것이라는 말도 덧붙인다.

이번 논란을 두고 일각에서는 창작물에 대해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건 창작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이번 일을 계기로 콘텐츠 제작자들이 창작물이기 때문에 뭐든 가능하다는 안일한 방식을 탈피할 필요가 있다. 드라마 첫 화면에 자주 나오는 “이 드라마는 실제 인물, 사건과 관련이 없는 허구의 이야기”라는 한 문장으로 모든 걸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최면에 걸리게 하는 일명 “레드썬” 주문이 될 수 없다는 걸 알아야 한다.

대중이 미디어에 요구하는 올바름의 수준은 과거보다 휠씬 높고 엄격해졌다. 바른 역사 관점뿐만 아니라 소수자, 여성, 장애인 등을 묘사하는 방식 역시 마찬가지이다. 전 세계인이 함께 보는 K드라마의 영향력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엄청나고 대단하다.

박종철기념사업회 이현주 사무국장은 “국가가 국민을 향해 폭력을 휘두르고, 국민의 삶을 파괴하며 정권을 유지했던 역사가 되풀이됐다. 여전히 피해자가 있는 아픈 역사를 다룰 때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이 더 무게를 가지고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드라마 제작자들이 새겨들어야 할 충고이지 않을까.

김효정 라이프부장 tere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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