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제되지 않은 언어로 ‘비호감 대선’ 부추겨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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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 할 만하다. 내년 3월 9일 치르는 대선을 불과 두 달여 앞둔 현재 후보들 간 정책 경쟁은 찾아볼 수 없고 네거티브 전쟁만이 대선판을 흔들고 있다. 제1 야당에선 선대위 주도권을 둘러싸고 후보 측과 당 대표 측이 서로 난투전도 마다하지 않는다. 유권자는 안중에도 없고 여론의 질타쯤은 아예 무시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여야 유력 후보의 망언이라 할 정도로 정제되지 않은 발언들이 수시로 터져 나오면서 그들이 과연 대선 후보로서 자질을 갖추었는지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어쩌다 저런 사람 중에서 대통령을 뽑으라고 하는 세상이 됐냐”는 탄식이 나오는 형편이다.

여야 유력 대선 후보 말실수 잇따라
진중한 발언으로 국민 신뢰 얻어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22일 청와대 제2 부속실 폐지와 함께 영부인 명칭도 쓰지 말자고 주장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부인 김건희 씨의 과거 행적과 관련해 윤 후보가 나름의 대안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는데, 사안의 본질은 묻어 둔 채 당장의 비난만 피하기 위한 꼼수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윤 후보는 영부인이라는 공적 지위를 부인하면 김 씨의 행적이 문제 될 게 없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김 씨에 대한 논란은 그에 앞서 우리 사회의 공정과 상식 유무를 묻는 사안이다. 대충 눙쳐서 넘어갈 일이 아닌 것이다. 영부인 명칭 운운은 윤 후보가 이전에 한 사과의 의미마저 희석하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윤 후보가 구설에 오른 건 한두 번이 아니다. 22일 전북대 간담회에서는 “극빈층과 못 배운 사람은 자유가 뭔지 모른다”고 말해 소득과 교육 수준이 낮은 사람들을 비하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어려운 이들을 국가와 사회가 도와 줘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지만 ‘국민 무시’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10월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정치는 잘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켰고, ‘주 120시간 노동’ 언급으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윤 후보의 말실수는 그가 정치인의 길을 걷기 시작한 이후 계속됐다고 할 수 있다. 지난 당내 경선 과정에서 홍준표 캠프가 ‘윤석열 망언 리스트’까지 공개할 정도였다.

구설과 관련해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도 오십보백보다. 국민의힘 윤 후보의 전두환 옹호 발언을 비난하던 이 후보 자신도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경제적 성과는 있다”고 평가해 내로남불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또 이른바 ‘대장동 개발’과 관련해 수사를 받다 최근 숨진 성남도시개발공사 김문기 처장에 대해 “성남시장 당시에는 몰랐던 사람”이라며 발뺌하는 듯한 발언을 해 뒷말을 낳고 있다. 대선 후보의 말 한마디가 진중하지 않으면 진정성은 물론 정치적 자질이나 철학까지 의심받기 마련이다. 안 그래도 이번 대선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은데 무분별한 언어로 국민적 염증을 가중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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