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결정’ 두고 설왕설래… 여 ‘당혹감 속 거리 두기’· 야 ‘입장 따라 온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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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0일 서울구치소에서 수감 중이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병을 치료하기 위해 서울성모병원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 대선의 큰 변수로 떠오른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을 두고 정치권의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선거일을 불과 70여 일 앞두고 ‘깜짝 결정’된 만큼 그 효과나 파급력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안 하는 게 맞아”
윤석열 “늦었지만 환영”
민주 “상의도 없이 단행”
국힘 “선거용 사면 불과”

더불어민주당은 사전 협의 없이 사면이 이뤄졌다며 당혹감을 드러냈다.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26일 한 방송 인터뷰를 통해 “(문재인)대통령께서 (박 전 대통령의)건강을 많이 고려하지 않았을까 싶다”면서도 “박근혜 전 대통령도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도 저는 안 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저한테도 사실 탈당한다는 문자 메시지가 많이 온다. (사면에 대해)실망스럽다는 분들이 있는데 거기에 저도 답을 못하고 있다”며 “핵심 지지층들, 원칙주의에 가까운 분은 실망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문 대통령의 이 같은 결정에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당과의 논의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 24일 선대위 본부장단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과 만나 관련 논의를 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12월 8일에 (발을)다쳤는데, 오늘이 24일이죠? 그동안 한 번도 청와대 관계자를 만난 적이 없다. 전화 통화한 적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는 여권 지지층을 중심으로 감지되는 박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를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여권에서는 박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해 부정적인 목소리가 집중되지만 내년 대선을 앞두고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배려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대통령과 청와대도 박 전 대통령 사면에 따른 혼란을 예상하고 있었을 것”이라면서 “사전 상의 없이 단행해 여권에 부정적 영향이 미칠 것을 사전에 방지한 배려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서는 환영 입장을 밝히면서도 미묘한 온도차가 감지된다. 박 전 대통령 수사를 주도해 온 윤석열 대선후보는 즉각 환영 입장을 밝혔다. 윤 후보는 박 전 대통령 사면 소식이 전해진 24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늦었지만 환영한다”며 “박 전 대통령 건강이 안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빨리 건강을 회복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 구속에 대한 책임론이 이는 만큼 자신에 대한 전통적인 보수층의 반감을 달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이른바 ‘박근혜 키즈’로 정계에 입문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중도층과 2030세대의 표심을 고려한 듯 “당 대표로서 박 전 대통령이 어쨌든 탄핵 사태 초래 등에 대해 당원과 국민들에게 진실한 마음을 담아서, 사과까지는 아니더라도 유감 표명 등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시 한 번 당 대표로서 박 전 대통령 집권 시기 국정농단 사건으로 국민들께 많은 실망을 안겨 드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 당 전신인 새누리당이 입법부로서 충분한 견제 역할을 하지 못했던 점에 대해 국민께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국민의힘 이양수 중앙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지난 25일 논평을 통해 “대통령의 사면권은 국민통합을 위해 엄격한 기준과 원칙에 따라 행사돼야 한다”며 “자의적으로 남용되는 보은용, 물타기용, 야권분열용 사면은 결국 선거용 사면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당사자인 박 전 대통령은 측근인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 지난 24일 “어려움이 많았음에도 사면을 결정해 준 문 대통령과 정부 당국에 심심한 사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은철 기자 eunche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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