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미숙 행정에 ‘해운대 유람선 재운항’ 지연될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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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 동백섬 맞은편에 있는 유선장이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부산 해운대구청이 유람선 운영 업체 선정 과정에서 해당 부지가 건물을 지을 수 없은 곳이라는 사실도 모른 채 공개 입찰을 진행했다가 낙찰 뒤 이를 확인해 선정 업체만 손해를 떠안을 판이다. 해당 업체는 직전 업체의 행정소송 탓에 2년 가까이 영업을 하지 못한데다 지자체의 미숙한 행정으로 있는 유선장 건물마저 헐어야할 상황이라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2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 동백섬 맞은편에 있는 ‘티파니21 유람선 유선장’. 철거를 앞둔 듯 건물 앞뒤로 비계와 그물망이 설치돼 있었다. 유선장 건물 출입구는 셔터가 내려가 있었고, 사람이 드나들 수 있는 지하에는 오랫동안 사람이 찾지 않은 듯 쓰레기와 마대 자루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여전히 많은 사람이 찾는 인근의 더베이101과 해운대해수욕장 등과 대조되는 을씨년스러운 모습이었다.

새 운영자 ‘유선장 철거’ 날벼락
현 건물 부지는 건축 불가 용지
허물고 용도변경 신청 밟아야
공개 입찰 때 정보 누락한 구청
입찰자 귀책 들먹이며 선 그어

해운대구청에 따르면, 해당 부지는 부산시 소유로 1988년 유람선 선착장을 만들어 유선업자에게 사용하도록 허가했다. 1988년부터 이곳을 운영하던 A 업체가 사용 허가를 받아 유람선을 운영하다 1997년 유람선 선착장과 일반 음식점이 포함된 지상 3층 규모의 건물을 올렸다. 이후 A 업체는 입찰을 통해 3~5년간 단위로 계약을 연장하며 유람선을 운항해왔다. 유람선은 동백섬·오륙도·광안대교·마린시티 등을 경유하는 코스로 오랫동안 해운대의 인기 관광상품으로 손꼽혀왔다.

A 업체의 계약 종료를 앞둔 2019년 12월, 해운대구청의 사업자 공개 입찰에서 B 업체가 A 업체를 제치고 낙찰됐다. 입찰 결과에 따라 지난해 1월부터 B 업체가 유선장을 운영해야 하지만, A 업체는 해운대구청에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유선장과 티파니21 부대시설을 무단으로 점유하며 운영을 계속해왔다. 이후 올 9월 말 대법원은 해운대구청의 손을 들어줬고, B 업체가 새 사업자로서 1년 9개월 만에 본격적인 영업이 가능해졌다. 해운대구청은 1년 9개월간 유선장과 부대시설을 무단 점유한 A 업체에 대해 변상금 4260만 원을 부과했다.

하지만, 뒤늦게 영업을 시작하려던 B 업체는 놀라운 사실을 접했다. 해운대구청이 현재 티파티21 유선장과 부대시설이 들어선 일대에는 건물을 지을 수 없는 곳이라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30여 년 만에 사업자가 바뀐 탓에 지자체도 해당 부지 용도를 뒤늦게 확인한 것이다. 1997년 A 업체가 선착장 부속 건물을 올릴 당시 “허가 기간이 만료되면 자진 철거하겠다”고 확약한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다.

B 업체는 A 업체의 오랜 행정 소송과 시설 점유로 사업을 시작하지 못해 큰 피해를 봤다. B 업체는 지난해 영업을 바로 시작하지 못해 유람선 계약을 취소하고 거액의 위약금을 물기도 했다.

여기에다 새 사업자로 선정되고 2년이 다 된 최근에야 해운대구청이 선착장 용도의 건물을 철거해야 한다고 알려와, 운영권에 포함된 줄 알았던 부대 시설까지 철거하는 상황에 놓이자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이다. 올 10월 다시 유람선 두 척 건조 계약을 했지만, 건물을 철거해야 해 내년에 배를 인수해도 당장 선착장이 없어 영업할 수 없는 상황이다.

B 업체 관계자는 “최근에 지자체에서 해당 유선장에 건물을 지을 수 없고, 사업자가 직접 용도 변경 신청을 해야 한다고 해서 혼란스럽다”며 “이곳에서 계속 사업을 하는 처지라 구청과 대립각을 세울 수는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운대구청은 사업자가 용도 지구 변경 등의 절차를 거쳐 건물을 다시 지은 뒤에야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는 태도다. 해운대구청 건설과 관계자는 “부산시와 협의를 통해 사업자가 최대한 빨리 사업을 재개할 수 있도록 돕겠지만 시간이 걸릴 듯하다”며 “입찰 공고 당시 구청은 유선업에 관련된 부지를 제공하되, 행정상 문제는 입찰자가 내용을 확인하라는 조항이 있다”며 B 업체의 귀책 또한 존재한다는 입장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땅 소유는 시 공유재산이 맞지만 쟁점이 되는 건축 허가 등의 권한은 해운대구청에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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