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만 세대 큰손’ 내년 부산 지방선거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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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새 부동산 ‘불장’을 타고 부산에 8만 세대가 넘는 신축 아파트가 들어섰다. 이 같은 지역 부동산 시장 변화가 내년 지방선거의 큰 변수로 떠올랐다. 이들 아파트에는 젊은 층 입주가 특히 많기 때문이다.

부동층이 많은 젊은 층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대표적인 ‘캐스팅 보트’인데, 이들 표심을 겨냥한 후보자들의 머리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된다.

최근 4년 새 8만 5219세대 입주
동래·부산진은 1만 세대 이상
40대 이하 젊은 층 상당수 차지
내년 지선 ‘캐스팅 보트’ 가능성
예비주자들 ‘표심 공략’ 고심

26일 국토교통부와 부동산서베이 등에 따르면 2018년 지방선거 이후부터 내년 지방선거 때까지 4년간 부산 입주 물량은 8만 5219세대다. 2018년(7~12월) 8195세대, 2019년 2만 6520세대, 지난해 2만 5451세대, 올해 1만 7535세대다. 내년에도 지방선거를 앞둔 5월 말까지 7518세대의 입주가 예정돼 있다.

지역별로 동래구가 1만 3403세대로 입주 물량이 가장 많다. 이어 △부산진 1만 160세대 △연제 8785세대 △기장 6912세대 △북 6606세대 △강서 5253세대 순(표 참조)이다. 대부분이 지역 부동산 경기가 호황기이던 2015~2017년 분양한 것이다. 몇몇 아파트는 1순위 청약 경쟁률이 300대 1을 넘기도 했다.

아파트마다 다르겠지만, 기존 조합원이 아닌 일반 물량은 평균 30% 내외로 추산된다. 한 가구에 평균 성인 2명이 입주한다고 봤을 때 이들은 내년 선거에서 결코 무시 못할 유권층이다. 특히 대규모 택지개발이 이뤄진 기장 일광신도시 등은 대다수 입주민이 해당 지역 밖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보통 청약을 통해 입주가 이뤄지는 만큼, 신축 아파트에는 신혼부부 등 젊은 세대가 많다. 입주 세대가 가장 많은 동래구는 지난해 평균 연령이 44.4세로, 16개 구·군 중 5번째로 젊다. 2018년 8번째에서 3단계 올라섰다. 같은 기간 대규모 입주가 이뤄진 부산진구도 9위에서 7위로 점프했다. 부동산서베이 이영래 대표는 “보통 40대 이하가 입주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그동안 진보적 성향의 유권자로 분류됐다. 명지·정관신도시가 있는 강서구와 기장군만 보더라도 ‘문재인 바람’이 불었던 2018년 부산시장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 지지율이 부산 구·군 중 1~2위였다. 그러나 오거돈 전 시장의 불명예 사퇴,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불만 등으로 30대를 중심으로 부동층으로 돌아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국민의힘에서 2030세대를 적극 공략하면서 표심의 향배를 단정할 수 없다.

내년 대선 결과에 따라 유동적이기는 하지만 지자체장 선거의 경우 적은 표차로 당락이 갈리는 경우가 많다. 2018년 구청장·군수 선거만 보더라도 적게는 1000표, 많게는 2만 표 차이로 당락이 갈렸다. 아파트 입주로 인한 유권자 변화가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선거구가 좁은 시·구·군의원 선거의 경우 이들의 영향력은 더 크다.

이에 지방선거 예비 주자들은 입주민 표심 공략에 고심이다. 기장군수 예비 후보자 A 씨는 일광신도시와 정관신도시에 ‘투 트랙’ 선거 전략을 구사할 예정이다. 집은 일광신도시, 사무실은 정관신도시에 둬 양쪽 표심에 호소하는 것이다. 정관신도시 표가 여전히 다수이지만, 최근 대규모 입주가 이뤄진 일광신도시도 놓칠 수 없기 때문이다. 일광신도시는 최근 3년간 6547세대가 입주했다.

최근 4년간 입주 물량이 가장 많은 동래구 출마자의 경우도 바쁘다. 동래구청장 예비 후보자 B 씨는 “내년 1월 무려 3853세대 규모의 동래 래미안 아이파크가 입주를 시작한다”면서 “신축아파트는 쉽게 진입하기 어려워 어떤 전략을 짤지 벌써부터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부산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젊은 세대는 정당보다 인물, 공약을 보고 뽑기 때문에 이들을 얼마나 공략하느냐에 따라 예상외의 선거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면서 “육아, 교육 등에 대한 공약 대결이 볼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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