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앞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노동자 죽음 막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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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 한 달을 앞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상공계와 노동계 모두 우려를 드러낸다. 지난 10일 부산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건설현장 사망사고 관련 기자회견. 중대재해처벌법제정 부산운동본부 제공

중대재해처벌법의 시행이 불과 한 달밖에 남지 않았지만, 당사자인 상공계와 노동계 모두 기대보다 우려가 크다. 법 시행 첫해인 내년에는 양측 모두 중대재해처벌법의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키울 것으로 전망된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내년 1월 27일 시행이 되는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해 뒤늦게 컨설팅을 요청하는 지역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 현장에서 노동자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나면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한 법이다.

기업들 “의무사항 준수 거의 불가능”
노동계 “법 사각지대 너무 많아”

지역 상공계는 준수 의무사항과 경영 책임자의 범위를 알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이달 7일부터 14일까지 중소 제조기업 322곳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결과 2곳 중 1곳(53.7%)은 중대재해법 시행일에 맞춰 의무사항을 준수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응답했다.

부산의 한 중소 건설업체 대표는 “코로나19 장기화로 벼랑 끝에 섰는데, 대기업처럼 안전이나 법무를 전담하는 담당자를 둘 여력은 도저히 없다”며 “그저 ‘1호가 될 순 없다’는 심정으로 상황을 지켜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법률사무소 시우의 최재원 대표변호사는 “경영 책임자가 안전한 환경을 만드는 데 얼마나 주의를 기울였느냐에 대한 기준이 뚜렷하지 않아 시행 초기에 여러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시행령이 충분한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다양한 사례에 대한 정부 차원의 유권해석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영 책임자의 안전보건 의무인 ‘적정한’ 조직과 인력, 예산 등이 어떤 수준이어야 하고, 원·하청 관계에서 종사자에 대한 안전보건 의무를 누가 이행하고 책임져야 하는지도 여전히 불명확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달리 노동계는 법에 여전히 사각지대가 존재한다고 본다. 내년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은 5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다. 50인 미만 사업장은 2024년부터 적용되는데, 5인 미만 사업장은 아예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택배기사 등 특수고용직과 플랫폼 노동자도 대상에서 제외됐다.

인정하는 질병의 범위가 너무 좁다는 주장도 있다. 과로사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뇌심혈관계질환과 근골격계질환, 직업성 암 등도 여러 차례 진통 끝에 결국 인정 대상에서 빠졌다.

사업주가 형사처벌을 피하기 위해 안전 관리책임자를 미리 선임해 내세우는 등 ‘꼬리 자르기’를 할 경우 현행 법으로는 막을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동계는 이런 꼼수를 막기 위해 적용 대상을 보다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부산운동본부 여승철 집행위원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은 ‘노동자가 기업의 발목을 잡는’ 법이 아니라 노동자의 생명을 위해 기업이 법이 정한 최소한만이라도 지켜 달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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