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대자보 지시’ 2심도 해임 무효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2016년 부산 동아대학교에서 발생한 일명 ‘거짓 성추행 대자보 사건’에서 성추행 의혹을 조사하라고 지시한 혐의로 해임된 당시 학과장이 1심과 2심 모두 해임 무효 판결을 받았다.

부산고법 제1민사부(부장판사 곽병수)는 미술학과 학과장이었던 A 교수가 동아대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소송에서 해임처분은 무효이며 그동안 밀린 급여와 지연손해금 등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28일 밝혔다.

재판부 “경위 파악 지시 했을 뿐”
동아대 해고 교수 항소심 승소
대학 측, 대법원 상고 여부 검토

올 4월 1심 판결에서도 해임처분이 무효라는 판단이 나왔지만, 동아대 측이 이에 불복해 항소했고 항소심 역시 A 교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2016년 5월 동아대 학내에 미술학과 손 모 교수가 야외 스케치 행사에서 여학생을 성추행했다는 허위 사실이 담긴 대자보가 붙었다. 정신적 충격으로 괴로워하던 손 교수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대자보를 붙인 학생 B 씨는 허위 내용을 유포한 혐의(명예훼손)로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동아대는 이 과정에서 담당 학과장이었던 A 교수에게도 문제가 있었다고 봤다. A 교수가 학교 법무감사실이 아닌 학생인 B 씨에게 성추행 의혹 조사를 지시·강요했고, 손 교수에게 부적절한 발언을 해 공포심과 불안감을 갖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에 동아대는 2018년 12월 A 교수를 해임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학과장으로서 B 씨에게 성추행 관련 소문을 알아보고 경위서를 작성하라고 한 것을 위법하거나 부당한 조사 지시라고 볼 수 없다”며 “경위 파악 지시를 했을 뿐, B 씨에게 대자보 작성을 지시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A 교수가 손 교수에게 ‘누가 너를 회를 치려고 한다’고 말한 것은 손 교수를 위로하거나 도움을 주려던 취지라고 A 교수가 해명했다”며 “이 해명을 허위로 볼 자료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A 교수는 “25년간 일한 학교로부터 억울한 누명을 쓰고 해임당해 고통의 나날을 보냈다”며 “법원이 올바른 판단을 내려준 것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편 동아대 측은 항소심 결과를 바탕으로 대법원 상고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안준영 기자 jyoung@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