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 전문성 높여야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권정은 부산서부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

올해 10월부터 기초지방정부가 아동학대조사를 담당하고 아동보호전문기관은 학대피해아동 및 가정에 대한 사례관리를 수행하게 됐다. 아동학대 대응체계의 변화로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심층사례관리전담기관으로서의 역할이 요구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의 전문성이 중요한 요소다.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이에 대한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인프라 확충의 필요성이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0년 아동학대 주요 통계에 따르면 아동학대 판단 건수가 2016년 1만 8700건에서 2020년 3만 905건으로 최근 5년 간 1만 2000건, 65%가 증가하였다. 아동복지법 45조에 따르면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시·군·구에 1개소 이상 설치되어야 하지만, 현재 전국 229개 시·군·구 중 71개의 아동보호전문기관만이 설치되어 있다. 최근 5년간 12개소가 신규 설치되었지만 아동학대 판단 건수의 증가에 비해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2020년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은 1인당 최대 94명, 평균 41명의 사례를 관리했다. 2019년 정부가 발표한 포용국가 아동정책에서는 상담원 1인당 적정 사례관리를 32건으로 명시하고 있으며 미국의 아동복지연맹에서는 1인당 17건을 권장하는 것과 비교했을 때 현재 관리하고 있는 업무는 과중하다.

이렇다 보니 상담원 이직률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아동권리보장원에 따르면 2018년 27%, 2019년 28%, 2020년 34%에 달한다. 지난해 전국 1000명의 상담원 중 344명이 이직을 택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다. 적정량의 두 배 이상의 업무가 부여되는 상황에서 심층적인 사례관리와 전문성에 대한 요구는 아동학대 현장의 최일선에서 투쟁 중인 상담원의 부담을 증가시키며, 그간 누적된 경험과 전문성마저 위협할 수 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의 확충과 상담원 충원을 통해 누적된 피로감에 지친 상담원들을 보호하고 전문성 향상을 위한 환경 조성에 힘써야 할 것이다.

둘째, 심층사례관리전담기관의 전문성 확보를 위해서는 아동학대 사례 특성에 대한 분석과 이에 따른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현재 아동학대 대응 매뉴얼 상에는 재학대의 위험성을 기준으로 고위험군, 저위험군으로 분류하고 있다. 전체 사례 규모와 각 사례의 다양한 특성에 비해 지나치게 단순하다. 재학대의 위험성을 기준으로 삼고 있어, 심층사례관리를 위한 사례관리 관점의 분류 기준이 논의될 필요가 있다. 각각의 사례에 대해 어느 정도의 깊이로 관리해야 하는지 세분화된 기준이 있어야 한다. 훈육의 명분으로 회초리를 사용한 신체학대 사례와 아동에게 심각한 신체, 정서적 피해를 남긴 사례를 동일한 기준으로 관리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

아동학대 사건이 실제로 증가한 원인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아동학대에 대한 민감성이 증가하고 아동권리에 대한 감수성이 높아진 영향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민법 915조의 징계권이 삭제된 것도 이 범주에 속한다. 기준이 더욱 엄격해진 것이다. 아동학대 사례의 스펙트럼은 더욱 넓어져 학대피해의 정도에 따른 세분화된 분류가 필요하다. 체계적인 사례관리 기준 마련은 전담기관의 전문성 확보를 위한 기반이 될 뿐 아니라 상담원 적정 사례 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인프라 확충에 대한 중장기적인 정책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사례관리는 대상자의 특성을 고려하여 맞춤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사례관리자의 역할이 중요하며 이들의 전문성이 곧 서비스의 질을 좌우한다. 거시적으로는 기관 확충과 상담원의 충원이이 중장기적으로 따라야 할 것이며, 미시적으로는 증가하는 아동학대사례를 사례관리 관점의 기준으로 분류하여 관리하는 시스템의 정비가 있어야 할 것이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