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희망 고문’ 부산롯데타워, 내년 상반기 공사 재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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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중구 중앙동 롯데타워 건설 현장. 부산시와 롯데그룹은 최근 20년째 지지부진한 롯데타워의 공사를 내년 상반기에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부산일보DB

부산시와 롯데그룹이 내년 상반기에 부산 중구 부산롯데타워 공사를 재개하기로 전격적으로 합의했다. 10년 가까이 공사가 중단되면서 지역발전을 외면한다는 비판(부산일보 11월 29일 자 1면 등 보도)이 거세자, 당초 계획보다 1년 가량 공사 재개 시기를 앞당긴 것이다. ‘희망고문’ 비판이 일었던 부산롯데타워가 오래된 논란을 극복하고 부산의 새로운 명소로 부상할지 관심이 쏠린다.

부산시·롯데그룹, 전격 합의
롯데 측, 구체적 일정 처음 밝혀
1월 안전 점검, 3월 공사 시작
당초 계획보다 1년 이상 앞당겨
전망대 콘셉트에 집객 효과 고민
주거 재검토설엔 양측 “불가능”
건물 층수는 조정될 여지 남겨 둬

부산시는 “롯데 측으로부터 지난 20일 부산롯데타워 건립을 위한 실행 계획서를 제출받았다”고 29일 밝혔다. 이 계획서의 골자는 공사 재개를 위해 롯데 측이 내년 1월께 안전점검을 실시한 후 늦어도 3월부터 본격적인 공사를 시작한다는 내용이다.

디자인과 집객을 위한 콘텐츠를 시와 지속적으로 협의한 후 내년 5월 건축·공동위원회를 열고, 8월 설계변경 건축 허가를 신청한다는 계획도 담겼다.

롯데 측이 부산롯데타워의 구체적인 공사 재개 일정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에 내년 1월 중으로 디자인을 공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을 뿐 구체적인 공사 재개 시기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 표명이 없었다. 단지 디자인 안이 경관심의 등을 통과하면 2023년 께에 공사를 재개할 것으로 추정됐다.

롯데 측은 2001년 연면적 58만 1822㎡ 규모의 판매·숙박·문화 복합공간인 롯데타운의 건축허가를 받았다. 이후 2009월 12월 백화점동, 2010년 7월 아쿠아몰, 2014년 8월 엔터테인먼트 동을 차례로 완공했다. 하지만 지역 랜드마크 역할을 하는 부산롯데타워는 2013년 터파기 공사를 완료한 후 공사를 중단했다. 롯데 측이 계획한 107층 높이 주거와 숙박 시설에 대한 지역 사회의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주거 시설을 제외하면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를 내세워 롯데 측은 계속 롯데타운 공사를 외면해왔다.

오거돈 전 시장 시절인 2019년 롯데 측은 주거시설을 뺀 공중수목원 콘셉트의 59층 규모 전망대 계획을 발표하며 공사에 진전이 있는 듯했다. 하지만 이듬해 부산시 경관위원회는 부산의 랜드마크가 될 만한 외관이 아니라는 평가와 함께 재검토를 결정했다.

이후 또 다시 별다른 진척 없이 1년 넘게 시간이 흐르면서 지역사회의 비판이 거세졌다. 백화점와 아쿠아몰 등 상업시설은 임시사용승인을 받아 운영 중이지만, 부산롯데타워는 수익성을 이유로 20년간 방치해 지역 발전을 외면했다는 여론이 일었다.

그동안 소극적인 행정으로 질타를 받던 부산시도 지역 사회의 여론에 롯데 측을 강하게 압박했다. 구체적인 공사 로드맵을 재차 요구하며 “정당한 사유 없이 공사를 계속 미룬다면 강력한 행정조치를 취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롯데 측이 내년 공사 재개로 급선회했다. 현재 지하층 기반공사를 포함한 기본 공사부터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디자인이 확정되면 공사를 재개하려고 했지만, 저층부의 기본 공사는 디자인 변경이 되어도 가능하다는 내부 검토를 바탕으로 공사 일정을 앞당겼다”며 “이 과정에서 부산시와 지역 사회의 요구를 중요하게 고려했다”고 밝혔다.

최근 불거진 주거시설 재검토에 대해서는 부산시와 롯데 양측 모두 ‘불가능한 일’이라고 못 박았다. 부산시 관계자는 “경관심의에서 문제가 됐던 것은 디자인”이라며 “주거시설이 들어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건물 층수는 디자인이 바뀌면서 조정될 여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롯데 측은 “기존 전망대 콘셉트를 유지하면서 집객 효과가 큰 시설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일본의 유명 건축가인 구마 겐고가 부산롯데타워의 디자인을 만들고 있다. 외관을 특화할 뿐만 아니라 기존 전망대 개념에서 벗어나 관광객이 고층을 체험하는 시설도 마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시 건축정책과 김철홍 과장은 “더 이상 부산롯데타워를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해 유례없이 강하게 공사 재개를 주문했다”며 “외관부터 명실상부한 부산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도록 롯데 측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송지연 기자 sj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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