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균의 세상 터치] 새해 지방분권 개헌의 기틀 다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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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2020년에 이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점철된 2021년이 저물어 간다. 올 신축년(辛丑年) 마지막날 31일은 코로나바이러스가 중국 우한에서 처음 보고된 지 2년째 되는 날이다. 오늘이 지나면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된다. 대망의 새해에는 전 세계 인류를 일상이 멈추는 고통의 늪에 빠트린 대역병을 몰아낼 수 있을까.

2022년은 임인년(壬寅年), ‘검은 호랑이의 해’다. 예부터 호랑이는 그림이나 부적으로 그려져 나쁜 기운을 막는 수단으로 쓰였다. 새해 첫날 호랑이 그림을 붙이는 세화는 조상들이 호랑이의 용맹함을 빌어 액을 물리치고자 했던 전래 풍속이다. 선조들은 특히 흑호를 독립성과 도전 정신이 강하고 열정적이라는 이유로 귀하게 여겼다. 새해에 우리나라만이라도 검은 호랑이의 힘찬 기운으로 코로나19를 물리쳐 하루빨리 예전 일상을 되찾기를 간절히 바란다.

지방자치제 부활 30년 성과는 미흡
수도권 중심주의·일극체제가 원인
수도권·비수도권 간 불균형도 심각
 
자치분권·균형발전 촉진 계기 필요
개헌 통해 근본적 당위성 부여해야
대선·지선 공약화와 공론화 요구돼

호랑이의 효험에 기대어 이 땅에서 조속히 이뤄지길 염원하고 싶은 새해 소망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자치분권과 국토균형발전의 실현이다. 위쪽을 쳐다보며 맹렬한 자세로 포효하는 호랑이 모습이 한반도를 꽉 채운 지도처럼 내년에 지방분권의 열기가 달아올라 전국으로 확산할 것을 희망한다. 때마침 오는 1월 13일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이 시행된다. 내년 2월 중순께는 부산·울산시와 경남도의 국내 첫 초광역권 통합·협력 모델인 ‘부울경 메가시티’가 출범한다. 지방의회 권한과 지방정부 역량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계기로 지방자치제도가 제대로 정착해 ‘풀뿌리 민주주의’가 잘 구현되고, 자치분권의 안착에 힘입어 국가균형발전도 원활히 진행되면 좋겠다.

이같이 진정한 지방분권 시대가 열리길 고대하면서도 수도권 중심주의가 팽배한 현실을 생각하면 과연 그런 날이 쉽게 올지는 의문이다. 국토 면적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인구와 재화의 초집중화가 진행되면서 수도권 일극체제가 날로 견고해지고 있어서다. 지방자치제 부활 30주년을 맞은 올해까지 그간 민관에서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되레 수도권과 지방 간 격차가 더욱 커지는 게 엄연한 실상이다. 정부의 중앙집권적인 정책과 중앙 관료들에 만연한 수도권 제일주의가 주된 원인이다. 국가 정책 대부분이 수도권 위주로 펼쳐져 과밀화를 조장하는 반면 지방을 홀대하고 지역 특수성마저 무시하기 일쑤인 건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그 결과가 수도권의 폭발 위험, 비수도권의 소멸 위기다. 이미 비수도권은 지난달 89개 시·군·구가 소멸 위기 지역으로 지정됐을 만큼 암울한 상태다. 2047년에 전국 229개 시·군·구 모두 사라질 우려가 있다는 감사원 보고서까지 발표됐다. 부산 실태 역시 한국 제2 도시의 위상이 무색할 정도로 답답하기만 하다. 2020년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 전국 17개 시·도 중 16위, 1인당 지역총소득 전국 15위, 대졸자 취업률 전국 꼴찌, 지난 9월 광역지자체 중 최초로 초고령화사회 진입 같은 부산의 경제지표나 통계는 비참한 지경에 이른 지역 사정을 여실히 보여 준다.

수도권 비대화와 지방 공동화 현상은 두 지역의 공멸과 망국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이제는 수도권·지방의 양극화가 갈수록 극심해지는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돌파구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할 때다. 두 지역의 격차 해소와 상생을 통해 실질적인 균형발전을 꾀하는 일이 급선무다. 여기에 지방소멸이 국가 존망과 직결되며 국토균형발전이 미래 성장을 가능하게 만든다는 인식과 전 국민의 공감대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균형발전을 지방 배려 차원이 아니라, 국가 생존에 필요한 최우선 정책으로 삼아 지속해서 강력 추진하는 국정이 요구된다.

그래서 이달 27일 등 전국 9개 언론사로 구성된 한국지방신문협회와 전국지방분권협의회가 결의한 ‘지방분권 개헌’ 요구를 지지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은 지방분권국가다’,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주민자치권을 가진다’는 규정을 헌법 제1조에 넣기 위해 개헌하자는 취지다. 지방소멸을 가속화하는 수도권·비수도권 간 불균형에 대응하기 힘든 허울뿐인 자치분권이 강력한 당위성을 갖고 실효적인 성과를 내려면 근원적으로 헌법상 국가 책무와 국민 기본권으로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헌법으로 지방정부에 자주재정권을 부여해 중앙정부에 재정적으로 예속된 구조를 혁신함으로써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개헌 방안이 내년 3월 대선과 6월 지방선거 과정에서 공약으로 채택되고 구체적·효과적인 실행 방법이 활발히 논의되길 기대한다. 새해에 지방분권 개헌의 기틀을 다져 실제 추진에 나서자.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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