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중 홍콩 매체 ‘입장신문’ 폐간, 언론인까지 무더기 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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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경찰이 29일(현지시간) 홍콩기자협회장을 포함해 민주진영 매체 입장신문(立場新聞) 전현직 간부 10여 명을 체포한 데 이어, 이날 오후 입장신문이 결국 폐간됐다. 올 6월 반중매체 빈과일보 폐간에 이은 민주진영 매체 두번째 폐간이다. 홍콩 언론의 자유가 탄압받고 공포가 확산되는 것과 관련, 국제사회는 성명을 내고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홍콩 경찰이 29일 홍콩기자협회장을 포함해 민주진영 온라인 매체 입장신문의 전현직 간부 10명을 체포·연행했다. 홍콩 경찰 내 홍콩국가보안법 담당부서인 국가안전처는 이날 선동적인 출판물 출간을 모의한 혐의로 한 온라인 매체 전현직 간부 6명을 체포했으며 이들의 자택과 입장신문 사무실을 압수수색 중이라고 밝혔다.

백색테러 등 탐사보도 정평
빈과일보에 이어 두 번째 사태
전현직 간부 10명 체포·연행
외신기자클럽 “취재 환경 악화”

2014년 홍콩 우산혁명 이후 그 해 12월 창간한 입장신문은 민주진영 온라인 매체로 지지를 얻었고, 2019년 반정부 시위 당시 적극적인 온라인 생중계로 경찰의 시위대 탄압을 알리기도 했다. 올해 들어서는 7·21 백색테러를 파헤치는 탐사보도를 했다. 7·21 백색테러는 2019년 7월 21일 밤 홍콩 위엔룽 전철역에 100여 명의 흰옷을 입은 남성이 쇠몽둥이와 각목 등으로 송환법 반대 시위 참여자들과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 최소 45명을 다치게 한 사건을 말한다.

홍콩 공영방송 RTHK 등에 따르면 체포된 6명은 입장신문의 전 편집국장 청푸이쿤과 현 편집국장 대행 패트릭 람을 비롯해, 지난달 입장신문 이사회에서 사임한 마거릿 응 전 입법회 의원과 가수 데니스 호, 초우탓치, 크리스틴 팡 등 4명의 전직 이사이다. 이 중 청푸이쿤 전 편집국장은 지난달 가정사를 이유로 사임했는데, 그의 부인은 지난 7월 구속기소된 찬푸이만 전 빈과일보 부사장이다.

입장신문은 간부들이 체포된 후 채 하루도 버티지 못하고 몇 시간 만에 폐간을 선언했다. 지난 19일 ‘애국자가 다스리는 홍콩’을 기조로 실시된 홍콩 입법회(의회) 선거를 친중 진영이 싹쓸이한 지 열흘 만이다.

존 리 정무부총리는 체포된 이들 상당수가 이미 회사를 떠난 전 직원이라는 지적에 “누구라도 형법을 위반하면 평생 쫓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언론 종사자들은 ‘썩은 사과’(암적인 존재)와 ‘사악한 부류’들을 멀리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홍콩은 수십년간 국제금융허브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다양한 언론 스펙트럼을 과시해왔다. 하지만 지난달 홍콩외신기자클럽이 홍콩국가보안법과 관련해 회원 9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46%는 홍콩국가보안법 시행 후 언론 자유의 후퇴를 이유로 홍콩을 떠날 계획을 이미 세웠거나 떠날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56%는 홍콩국가보안법 시행 후 어느 정도는 민감한 주제에 대한 보도를 피하거나 자기검열을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84%는 취재환경이 악화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86%는 민감한 주제와 관련해 취재원들이 언급을 회피하거나 인용을 거부하고 있다고 답했다. 지난해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홍콩 내 취재 활동에 제약이 생겼다며 홍콩 사무소 일부를 서울로 이전한다고 발표했다.

홍콩외신기자클럽은 입장신문 사태와 관련한 성명에서 “홍콩 언론계에 힘겨웠던 한 해에 이어 이는 홍콩의 언론 자유를 또다시 강타한 것으로, 홍콩의 언론 환경을 계속 냉각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엔인권사무소는 로이터 통신에 보낸 성명에서 “홍콩은 정보, 표현, 연합의 자유를 존중하고 정당한 법적 절차를 보장할 의무가 있다”며 “우리는 홍콩 시민사회가 자신들을 위해 자유롭게 말하고 표현할 수 있는 시민의 공간과 통로가 급속히 닫히고 있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일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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