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 길, 단 5분 만에… 거제 ‘명진터널’ 개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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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거제의 동부와 서부를 잇는 대동맥이 뚫린다. 계룡산을 관통해 동서를 연결할 ‘명진터널’이 착공 5년 만인 오는 10일 개통한다. 터널을 통과하면 30분을 둘러가야 했던 길이 단 5분 거리로 줄어든다. 교통량 분산을 통한 도심 체증 해소는 물론, 상대적으로 낙후된 거제 서부권 개발도 앞당길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거제시는 지난달 31일 동서지역 균형 발전의 마중물이 될 ‘동서 간 연결도로’ 개통식을 열었다. 이 도로는 계룡산 좌우에 자리 잡은 거제면과 상문동을 직선으로 연결한다. 왕복 2차로 터널 1.6km를 포함해 총 연장 4.06km다. 일일 예상 교통량은 1만 9000여 대로, 사업비 740억 원이 들었다.


터널 1.6㎞ 포함해 총 4.06㎞
착공 5년 만에 10일 대동맥 뚫려
동서 연결 지역 균형발전 기대
부산·경남 생활권 통합도 가속

새 도로를 타면 계룡산에 막혀 15km를 둘러가야 했던 거리가 5km로 단축된다. 이동 시간도 30분 이상에서 5분 이내로 줄어든다. 무엇보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사업장을 품고 급성장한 동부권에 비해 발전이 더딘 거제면과 동·남부면 발전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거가대교 접근성도 한층 좋아져 경남과 부산 생활권 통합에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거제 동서 간 연결도로는 밑그림을 완성하고도 40년 넘게 숙원사업이었다. 지방재정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접속도로와 터널을 포함한 추정 사업비는 1000억 원. 지자체장이 노선을 계획해 건설하고 관리하는 ‘시도(21호선)’인 탓에 전체 사업비를 거제시가 충당해야 했다. 공사 기간 5년 동안 매년 200억 원 상당의 재정이 필요했는데, 재정자립도가 40%를 넘는 거제시지만 매년 시 전체 예산의 5%에 해당하는 재원을 쏟아붓기란 쉽지 않았다.

거제시는 지방도 승격을 통한 경남도의 지원에 기대를 걸었다. 노선 일부를 변경해 주변을 지나는 지방도 1018호선과 신설 도로를 연결해 전체 노선을 지방도로 승격하기로 했다. 또 중앙정부 지원이 가능한 국가지원 지방도 승격도 검토했다.

하지만 모두 여의치 않았고, 결국 사업 규모를 축소했다. 당초 계획한 터널 2기 중 1기만 뚫어 우선 개통한 뒤 인구 증가와 개발 추이 등을 고려해 나머지 1기를 단계적으로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이를 통해 250억 원을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2017년 3월 일단 첫 삽을 떴다. 지역민의 최대 숙원 사업이 예산 문제로 지체되는 것보다는 집중 투자를 통해 목표 기한 내 개통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런데 착공 3년 만인 2019년 주력 산업인 조선업 장기 침체로 세수가 급감하면서 가용 재원이 바닥났고, 공사 중단 위기를 맞았다.

정부 지원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 거제시는 각종 재정사업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150억 원 상당의 예산을 확보했다. 여기에 정부가 주는 보통교부세를 대폭 증액해 부족분을 채웠다. 이를 토대로 2.46km의 접속도로를 완공하고 터널 1기 굴착까지 마쳤다. 당초 오는 4월 개통 예정이었지만 시민 편의를 위해 이달 10일로 앞당겼다.

변광용 거제시장은 “오랜 세월 묵묵히 참고 기다려주신 주민께 감사드린다”며 “지역 균형 발전의 교두보가 되도록 도심지 교통량 증가 등 예상되는 문제점에 대해서도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거제시는 남은 터널 1기에 대해서도 조기 개통할 방침이다. 이미 발판은 놨다. 지난해 국토교통부가 국도 5호선 기점을 거제 연초면에서 통영 도남동으로 연장했는데, 이 구간에 동서 간 연결 도로가 포함됐다. 국비 지원 근거가 마련된 셈이다.

정치권도 힘을 보탠다. 서일준 국회의원(경남 거제·국민의힘)은 “거제 전 지역을 20분대에 도달할 수 있는 획기적 교통망이 구축됐다”며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등과 긴밀히 협의해 조속히 4차로로 확장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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