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 생각만큼 쉽지 않지만 다른 분야보다 농업 전망 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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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K로 돌아온 청년들, 나를 말하다] 박재민 농부조합 이사장

2013년 1월 첫아이가 태어나자 20년 만에 들어보는 아이 울음소리라며 좋아하시던 지곡마을 주민들 표정이 지금도 생생하다.

아들이 태어나기 전인 2012년 10월, 서울에서 경남 함안군 군북면 지곡마을로 옮겨와 터를 잡았다. 정착 11년 차인 나의 공식 직함은 ‘함안농부협동조합 박재민 이사장’. 처음에는 다소 어색했지만, 지금은 나를 알리는 소개장으로 안성맞춤이다.

2017년 출범한 조합의 설립을 주도했다는 명분 때문에 처음부터 이사장을 맡았다. 출범 4년여 만에 조합원이 10명으로 늘었고, 함안지역 청년 4명이 이 조합에서 근무한다.

1981년생인 나는 고향인 경남 창원에서 우주비행사, 컴퓨터 전문가, 공학 박사 등을 꿈꾸며 유년기를 보냈다. 창원에서 고교를 졸업하고, 컴퓨터 공학을 공부하고 싶어 울산 소재 대학의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했다. 컴퓨터공학을 공부하면서 IT 쪽보다는 다른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그때 마음속에 숨겨 두었던 셰프의 꿈이 모락모락 피어 올랐다. 어학 연수를 거쳐 일본의 조리사 전문학교에서 2년간 일본 요리를 전공했다. 한국으로 돌아와 서울에 있는 대기업 호텔의 요리사로 근무하게 됐다.

남 부러울 것 없는 근무 환경이었지만 또 고민이 생겼다. ‘아이들 자는 모습 보면서 출근하고, 아이들 자고 있는 시간에 퇴근하는 것이 과연 가족이랄 수 있을까? 이런 게 행복일까?’ 함께 근무하는 아내와 조금씩 귀농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사실 귀농과 농촌 정착은 주변의 조언과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지 모를 일이다. 다행스러웠던 건, 나와 달리 농촌에서 태어난 동갑내기 아내가 농업에 대한 경험이 있었고, 귀농하고 싶다는 꿈도 있었다. 귀농에 대한 정보를 모았으나, 역시 귀농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그런데도 기왕 귀농하려면 한 살이라도 젊을 때 하자고 의기투합했다. 귀농을 위해 동시에 사표를 냈다. 나름대로 준비된 귀농이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지곡마을 주민들이 큰 도움을 주셨다. 농사일을 알려주시고, 작은 논이나 밭도 무료로 빌려주셨다. 현재 재배용 농지 1만 5000평과 단감밭 1200여 평을 임차해 경작한다. 밀키트(간편식 요리)를 만들어 판매하고, 먹거리 체험 등 계절별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귀농과 귀촌은 쉽게 생각할 게 아닌 건 분명하다. 그렇지만 농업이 다른 분야에 비해 더 전망이 밝다는 게 나의 신념이다. 귀농은 1도 후회하지 않는다.

이성훈 기자 lee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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