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백병원마저 동부산 옮기나”… 중·서부산 주민 뿔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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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부산진구 부산백병원 전경. 부산백병원의 해운대 이전 검토에 주민 반발이 크다. 부산일보DB

부산 의료의 중심축을 담당해온 부산진구 ‘인제대 부산백병원(이하 부산백병원)’이 해운대구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부산일보 지난해 12월 30일 자 1면 보도)이 알려지면서 반발이 커진다. 중·서부산권 주민과 병원 인근 주민들은 ‘지역균등 의료서비스 제공’이라는 설립 취지를 저버렸다며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4일 부산 부산진구청은 “이달 중에 ‘부산백병원 동부산권 이전’ 문제를 두고 주민들과 구청장이 만나 논의하는 대면 면담을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면담은 지난달 30일 부산진구청의 민원게시판에 올라온 ‘부산백병원 이전계획 반대한다’는 내용의 게시글이 3일 만에 400명 이상의 공감을 얻으면서 마련됐다. 부산진구청은 민원게시판에서 공감 수가 300명 이상이 되면 구청장과 만남을 개최한다.

백병원, 해운대 이전 일방 추진
“의료 불균형·지역 공동화 초래”
부산진구 민원 게시판 비판 쇄도
사립기관이지만 공적 역할 고려
구청·정치권, 면담·공론화 나서

해당 게시글에서 작성자는 “부산시가 동부산과 북항 사안에만 집중하면서 부산진구 발전은 점점 더뎌지고 있다”며 “공단이 밀집한 사상, 주례, 개금 일대는 백병원의 설립 취지처럼 여전히 의료 수요가 많은데, 병원의 해운대구 이전이 현실화된다면 지역 불균형은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역 핵심 시설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던 부산백병원의 이전 소식에 인근 아파트 입주자 중심으로 반발 목소리가 높다. 아파트 입주자들이 모인 커뮤니티 단체 채팅방에서 주민들은 ‘병원이 이전하면 병원 직원, 환자, 보호자까지 다 빠져나가 동네가 죽을 것’이라며 의료공백과 상권 붕괴에 우려를 표했다.

부산백병원은 하루 평균 외래환자가 3600여 명, 입원 환자가 800여 명 찾는 상급종합병원으로, 환자, 보호자, 직원 등 1만여 명이 일대에 상주한다. 부산백병원이 동부산권으로 이전하게 되면 지역 유동인구가 급감하고 인근 상권도 크게 위축돼 ‘지역 공동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부산백병원과 재단 측의 안일한 대처를 향한 비난도 거세진다. 재단 측은 부산백병원 시설 노후화에 따른 병원 확장을 계획하면서도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못한 데다, 행정기관과 주민을 대상으로 한 관련 공론화 과정 또한 제대로 진행하지 않았다.

논란이 거세지자 정치권에서는 백병원 측의 일방 추진을 넘어 공론화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부산진구의회 장강식 의장은 “대학병원이 존폐를 다투는 상황인 건 이해하지만, 부산백병원이 지역에서 단지 사립병원이 아닌 지역사회 의료 축으로 공적인 역할을 해왔던 것을 고려하면 보다 적극적인 공론화가 필요하다”며 “의회 차원에서도 관련 특위를 만드는 등 적극적인 공론화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주민들의 반발에 구청도 나서서 합의를 이끌어내겠다는 입장이다. 서은숙 부산진구청장은 “부산백병원의 이전 문제는 단순한 학교 또는 병원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며 “갈등이 아니라 합리적인 결론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관련된 모든 이해당사자들과 함께 지속적인 논의를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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