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일상 속 편히 쉬면서 고양이와 즐거운 시간 갖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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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와 함께 사는 ‘카페 소록’

몸도 마음도 추운 겨울이다. 겨울은 동물들이 살아가기에 혹독한 계절이다. 특히 많은 동물들 중 야외가 삶의 터전인 길고양이들에게 겨울은 유난히 힘들다. 추위와 눈, 비를 피할 곳도 없고 생존에 가장 중요한 물도 얼어붙어 생존에 위협을 받기 때문이다. 그런 길고양이들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공간을 내어준 카페가 있다. 코로나19와 추운 날씨로 마음마저 얼어붙은 요즘, 훈훈함이 느껴지는 그 곳을 방문했다.

도심 속에 피어난 아름다운 식물들을 감상할 수 있는 ‘금강 식물원’ 바로 옆에 단독주택이 있다. ‘카페 소록’이다. 작은 초록이라는 의미의 소록은 바쁜 일상 속 잠시나마 쉬어가는 공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현지 씨가 2018년 중반 문을 열었다. 조그마한 언덕을 올라 소록으로 들어서면 잘 관리된 정원이 손님을 반긴다. 카페 안을 들어서면 창 너머로 보이는 사시사철 푸른 나무가 안정감을 준다. 큰 창이 보이는 곳에 앉아 심신 안정을 느끼며 바깥 풍경을 즐기다 보면 수풀 사이로 고양이들이 빼꼼 모습을 드러낸다.

‘금강 식물원’ 바로 옆 단독주택서 운영
수풀 사이로 8마리, 빼꼼 모습 드러내
호의 보답하려 쥐·새·개구리 등 물고 와
양육 비용 부담돼 플리마켓도 운영 중
“가게 수익 목적으로 키우는 것은 아냐”

그렇게 모습을 드러낸 고양이들이 네 마리. 모두 같은 배에서 태어난 형제들이다. 소록에 자리 잡은 고양이는 8마리로 스트리트 출신이거나 구조묘다. 모두 현지 씨가 집도 만들어주고 밥까지 챙겨주며 직접 관리하고 있다. 상주 고양이답게 이름도 있다. 뻔이, 꼬리, 자두, 칸쵸, 미쯔, 오랑이, 깡깡이, 까망이다. 성격이 뻔뻔해서 뻔이라고 이름이 붙여진 고양이는 소록의 터줏대감이자 마스코트다. 뻔이는 야외가 아닌 카페 안에서 손님을 맞이하는데 사람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손님이 쓰다듬으면 기꺼이 자신의 몸을 내어준다. 소위 말해 개냥이다.

이곳의 고양이들은 몇 마리를 제외하곤 모두 사람에 대한 경계가 없다. 특히 형제인 칸초, 미쯔, 오랑이, 깡깡이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현지 씨가 돌보고 있어 현지씨를 엄마라고 생각하는지 졸졸 쫓아다닌다. 이 때문에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진다. 일본의 유명한 애니메이션 ‘고양이의 보은’에는 고양이가 자신에게 호의를 베푼 사람에게 보답을 하기 위해 죽은 쥐를 종종 물어서 가져다주었다는 일화가 등장하는데 실제로 현지 씨도 경험했단다.

현지 씨는 “고양이 보은을 듣기는 했지만 실제로 경험할 줄은 몰랐다”며 “고양이들이 쥐, 새, 개구리를 물어와 밥자리 옆에다 놔둬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쥐를 본 현지 씨가 무서워하고 기겁하자 고양이는 또 다른 것을 물어왔단다. 인터넷에 해결 방법을 찾아보니 고양이 몰래 버리는 것이 해답이었단다. 현지 씨는 요즘 개구리들이 겨울잠을 자고 있어 다행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그럼 카페 소록에 고양이들이 언제부터 찾아왔을까? 현지 씨는 “카페 뒤에 금정산이 있어 산고양이들이 많다”며 “가게 문을 열었을 때부터 1~2마리에게 밥을 챙겨줬는데 그 아이들이 친구를 데려오고 새끼를 낳아 개체 수가 늘어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지 씨는 중성화 수술을 통해 개체 수 관리를 하고 있다.

사실 현지 씨는 원래부터 고양이를 좋아한 것은 아니었다. 20대 중반 우연히 구조묘를 입양하게 되면서 묘연이 시작됐다. 그때부터 길고양이들이 눈에 들어왔고 집 근처부터 챙겨주기 시작한 것이 지금에 이르렀다. 현지 씨는 “카페 오픈 첫날 함께 살던 시월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는데, 그 직후 고양이들이 카페에 찾아오기 시작했다”며 “시월이가 다른 친구들을 보내준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카페 한편에서는 플리마켓도 운영 중이다. 처음 1~2마리를 돌볼 때는 감당 가능했던 비용이 개체 수가 늘면서 부담이 되기 시작해 소소한 이벤트를 마련한 것이다. 플리마켓은 곱창밴드나 수면양말 등을 판매한다. 가격도 시중보다 저렴하다. 이는 손재주가 좋은 지인의 재능 기부로 가능한 일이었다. 지인에게 부탁해 재룟값만 주고 제품을 얻어오거나 인터넷으로 좋은 물건을 구매해 판매한다. 그렇게 모인 수익은 모두 고양이들에게 쓰인다.

소록이 고양이 카페로 소문나면서 고양이를 보기 위해 방문하는 손님도 적지 않다. 그러나 간혹 고양이 카페처럼 간식을 주면 고양이랑 놀 수 있다고 생각하고 방문하는 손님이 있어 난처한 상황이 생길 때도 있다. 소록은 고양이와 공존하며 살아가는 카페지, 고양이 카페가 아니기 때문이다. 현지 씨는 “고양이마다 성격이 다르기에 무조건적으로 사람을 따르지 않는다. 또한 수익을 목적으로 고양이를 키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소록을 방문하는 손님들은 편히 쉬면서 고양이도 배려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상윤 선임기자·김수빈 부산닷컴 기자

suvel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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