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윤석열 온다" 해놓고 스피커폰…욕설 터져나온 청년 화상회의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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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10개 정도 기사 클릭" 여론전 호소하기도

국민의힘 권성동 전 사무총장이 화상회의 도중 휴대전화를 통해 윤석열 후보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있다. 국민의힘 화상회의 화면 캡처. 국민의힘 권성동 전 사무총장이 화상회의 도중 휴대전화를 통해 윤석열 후보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있다. 국민의힘 화상회의 화면 캡처.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선 후보가 참석하는 '전국 청년 간담회' 화상회의를 5일 개최했으나, 예정과 달리 윤 후보는 통화로만 참석해 참가자들의 분노를 샀다.

국민의힘은 청년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5일 오후 4시 중앙선대위 국민소통본부 전국 청년간담회를 열었다.

국민의힘은 화상회의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 회의에 "윤석열 후보 참석 예정"이라고 안내하면서 참가자들은 회의 시작 20분 전에 참석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회의 시작 후에도 윤 후보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권성동 전 사무총장과 선대위 국민소통본부장 박성중 의원 등이 참석해 대화를 시작했다.

약 20분이 지나 질의응답 시간이 되자 한 청년은 "후보님이 나오신다 들었는데 대체 언제 나오시나"라고 물었다.

그러자 누군가와 통화하던 권성동 의원은 "후보님께서 스피커폰 통해서 인사 드리겠다(고 한다)"며 윤 후보의 목소리를 들려줬다.

통화에서 윤 후보는 "우리 다같이 이깁시다" 등 인사말을 건넸고, 권 의원은 "예 감사합니다. 박수"라며 박수를 유도했다.

그러나 윤 후보가 참석한다는 소식에 몰려든 300명에 가까운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즉시 욕설이 터져 나왔다. 질문을 한 청년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고, 음소거를 하며 시청하고 있던 다른 참가자들 중 상당수가 "아직도 정신 못차렸네" 등 소리를 치며 거친 욕설과 비속어를 쏟아내 소란이 빚어졌다.

이에 앞서 채팅이나 닉네임, 육성으로 "윤석열 사퇴하라" "후보 교체" 등 목소리를 낸 일부 참가자들은 회의에서 퇴장당했다.

사회자는 사무총장직에서 물러난 권성동 의원을 여전히 "사무총장"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박성중 의원은 부산일보와 통화에서 "2주 전에 계획됐던 행사고, 255명이 참석할 예정이었는데 290명이 들어왔다"며 민주당 등 외부에서 다수의 인원이 유입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후보가 2시간 전까지는 참석할 수 있다고 했는데, 30분 전에 '회의 때문에 도저히 참석이 어렵다'고 했다. 원래는 잠시 참석해 얼굴 보고 가려고 했다"며 고의로 불참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또 "당초 윤 후보 참석 여부도 확실하지 않았는데, 직원이 참석한다고 (공지했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공보단도 보도자료를 내고 "금일 개최된 '전국 청년 간담회' 화상회의는 기존 중앙선대위 소속 국민소통본부에서 진행했다. 윤석열 후보의 금일 회의 참석은 예정돼 있지 않았다"며 "윤 후보는 권성동 전 사무총장의 현장 전화연결을 받고 즉석에서 청년들에게 인사를 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통본부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공지를 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며, 참석자들을 실망시켜드린 점에 대해 선거관계자들은 깊은 유감을 표한다. 금일 빚어진 불미스러운 사태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임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5일 외부일정을 마치고 서울 여의도 당사에 도착, 승강기에 타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5일 외부일정을 마치고 서울 여의도 당사에 도착, 승강기에 타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회의에서 권 전 사무총장은 청년 지지율이 하락한 이유에 대해 "신지예 영입과 우리 당내 소위 지도부의 분란이 겹치면서 급격하게 떨어졌고, 그 와중에 후보의 발언 실수라든가 후보 부인의 문제가 겹치면서 떨어졌다"고 진단했다.

이어 2030 지지율 회복을 위한 방안으로 "신지예를 일단 자진 사퇴를 시켰고, 선대위에서 아예 아웃을 시켰다. 두 번째로 2030대 청년들이 원하는 이런 청년정책, 공정에 기반한 청년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후보가 메시지를 통해서 그동안 청년들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못했다. 청년들에게 다가가는 노력 계속하면 지지율 올라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목에서 한 청년은 "그걸 알면서 이준석을 내치냐"고 반발하기도 했다.

박성중 의원은 포털사이트 기사 조회와 공감 표현을 통한 여론전에 동참해달라고 호소해 또다른 논란이 예상된다. 그는 "(포털사이트에) 윤석열 쳐서 클릭하시면 밑에 바로 기사가 뜰 것"이라며 일부 기사 제목을 언급한 뒤 "여러분이 우리한테 좀 유리한, 이런 기사를 한 번만 클릭해주시면 이것이 바로 전체적인 클릭(이 된다)"고 언급했다.

이어 "현재의 SNS 전쟁은 손가락 혁명군에 의해서 좌우된다. 나이 드신 분들은 할 줄 모른다"면서 "젊은 여러분들이 하루에 세 번씩 들어가서 한 10개 정도 기사에 클릭을 하고 좋아요, 싫어요 어떤 공감을 표시해준다면 전체적인 여론은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대단히 중요하다. 그런 차원에서 적극 협조해주시기 바란다"며 "각 당협을 통해서 다시 한 번 여기에 대한 교육이라든지, 같이 동조하고, 좌표라 하기는 그렇지만 같이 움직여야 될 그런 일이 있다면 여러분한테 통보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가운데)의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가운데)의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번 화상회의에 국민의힘 내부에서 활동하는 청년들도 크게 실망한 분위기다. 정책본부 곽승용 청년보좌역은 회의 이후 SNS에 글을 올려 "오늘 진행된 청년간담회를 보고 청년보좌역직을 사퇴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청년본부와 청년보좌역들도 '박성중 의원의 공개 사과와 퇴진을 강력히 요구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들은 "오늘 오후 4시 국민소통본부 주관 전국 청년간담회에서 고성과 욕설이 오갔다. 또 다시 실망감을 안겨드린 것에 대해 청년들에게 사죄드린다"면서 "이번 행사는 확인 결과 청년보좌역은 물론 청년본부 실무자 그 누구와도 사전 조율되지 않았다. 선대위 일정팀조차 모르고 후보에게도 보고되지 않은 일정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석열 후보는 오늘 오전 선대위 전면 해체를 선언하며 분골쇄신의 의지와 결연한 각오를 다졌다. 신지예 사태 등으로 실망한 대한민국 2030세대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전하며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기 위해 청년들을 의사결정 참여에 전진 배치할 것을 약속했다"고 언급하면서 "이번 청년간담회는 후보의 의지와 정면배치된다. 후보조차 모르는 일정을 마치 후보가 참여할 것처럼 잘못 알려 많은 청년들이 실망하고 분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행사 책임자인 박성중 의원의 공개 사과와 함께 모든 직책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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