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나온 세포배양육 제품, 지금 ‘검증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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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없는 육식의 탄생/체이스 퍼디

기후변화, 인구 증가, 식량 부족 문제가 심화되면서 대체육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식물성이 아닌 대체육 중에 ‘세포배양육’ 또는 ‘배양육’이라고 불리는 제품이 있다. 동물 세포를 소량 떼어내 배양시켜 만든 고기다. SF 소설이나 영화 속 한 장면에 나올 법한 이 제품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 빌 게이츠, 제너럴일렉트릭 전 회장 잭 웰치, 영국 버진그룹의 회장 리처드 브랜슨, 홍콩의 거물 리카싱 등 외국의 유명 기업가와 투자가는 세포배양육 기업에 수년 전부터 거금을 투자했다. 국내 대기업들도 배양육 산업에 연이어 투자하고 있다.

동물세포 소량 떼어내 배양해 만든 고기
각국 정부 규제 적용 등 여러 어려움 진단


은 세포배양육이라는 식품과 그 산업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저스트’라는 푸드테크 스타트업과 창립자 조시 테트릭을 중심으로 세포배양육 제품을 시장에 내놓기 위해 관계자들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책에 담았다. 녹두로 만든 달걀 제품 ‘저스트 에그’로 최근 국내에도 이름을 알린 저스트가 왜 비건 달걀 사업의 성공에 만족하지 않고 세포배양육까지 사업을 확장했는지, 세포배양육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생겨났으며, 세포배양육 업계가 이뤄낸 성취와 마주한 어려움은 무엇인지 등을 살필 수 있다. 저자가 예견했듯 저스트의 배양 닭고기 제품은 2020년 11월에 싱가포르 정부에 시판을 허가받았다.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은 건 세계 최초다.

콩고기와 달리 세포배양육은 재래식 고기의 식감과 육즙, 맛 등을 꽤나 생생하게 구현한다고 한다. 특히 철저히 통제된 환경에서 세포를 배양하기에, 재래식 고기가 지닌 노로바이러스, 살모넬라균 등 세균의 위협에서 자유롭고 그렇기에 안심하고 날것으로 섭취할 수도 있다. 고도의 기술력 때문에 아직 재래식 고기에 비해 가격이 비싼 게 시장에서는 단점으로 작용하지만, 업계의 노력으로 가격이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하지만 목축업자들은 세포배양육을 ‘가짜 고기’라고 평가하며 세포배양육의 시장 진입을 막으려고 애쓴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 정부는, 세포배양육을 어떻게 정의내려야 할지, 어떤 기관이 담당하고 어떤 규제를 적용해야 할지 혼선을 빚는다. 세포배양육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지만 행정과 법의 변화는 복잡하고 느리기 때문이다.

더욱이 세포배양육의 가격이 재래식 고기와 비슷해지더라도 소비자들이 거리낌 없이 먹을 수 있을까. 유전자변형 식품과 자연 그대로의 식품 중 무엇이 더 나은 걸까. ‘고기란 무엇일까’ ‘기존의 육식을 계속해도 될까’ ‘배양육이 최선의 대안일까’ 이 책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미국에서 식품 분야 전문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는 저자가 세포배양육 스타트업계 대표를 비롯해 학자, 규제 당국, 기업가, 거액 투자가 등 세포배양육을 둘러싼 여러 주체의 다채로운 이야기를 쉽고 생생하게 기록했다. 체이스 퍼디 지음/윤동준 옮김/김영사/280쪽/1만 6800원.

천영철 기자 cy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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