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은 끝까지 도전해야 할 마지막 대륙입니다”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김용수 외과의사

“남극대륙에서 보낸 1년, 평생 할 수 없는 최고의 경험이었습니다. 세상에 이렇게 신기하고 좋은 곳이 있나 했죠. 캄캄한 암흑의 세계인 극야 93일 동안 두꺼운 의 번역을 마쳤어요. 는 당시 1년간 매일 쓴 일기를 간추린 책이에요.”

지금은 부산의 한 종합병원 응급실에 근무하는 외과의 김용수(68) 씨. 최근 그는 2권의 책을 한꺼번에 냈다. 번역서와 직접 쓴 책이다. “책 2권은 2015년 남극대륙 장보고 과학기지에서 1년간 월동대 의사로 근무한 저 나름대로의 결과물입니다.” 원고 작성에서 6년이 지난 건 730여 쪽 두꺼운 번역서여서 출판사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시 공부의 ‘젊은 스승’인 김승룡 부산대 교수의 소개로 출판사와 연결돼 뒤늦게 2권을 낼 수 있었다.

‘남극대륙’‘남극일기’ 책 동시 출간
장보고 과학기지 1년 근무 남극에 매료
청소년에 호연지기 길러줄 원천 되길

그는 “저를 여기까지 이끈 것은 강한 호기심”이라며 박람한 전문인의 면모를 풍겼다. 이번 는 문필도 예사롭지 않다. 그는 소록도에서 1년 근무했으며 이후 개업의를 하지 않고 곳곳의 병원을 옮겨다니며 근무했다. ‘고독한’ 소록도에서 듣기 시작한 클래식 음악은 CD 2000장과 레코드판 1000장에 이를 정도가 됐다. 그는 “고뇌를 환희로 승화시킨 베토벤, 경쾌함 속에 깊은 우수를 머금은 모차르트, 그 둘을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그의 호기심과 향학열은 대단하다. 그는 47세 때인 2001년 새로운 의학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27개월간 미국 플로리다에 훌쩍 의학 연수를 갔다. 당시 습득한 것을 바탕 삼아 외과 전문 분야의 두꺼운 책 2권도 번역했다. 현지서 직접 진료도 했다고. 부산대 영자 신문에서 2년 기자생활 이후 놓지 않았던 영어가 제구실을 했다. 미국에 간 김에 당찬 대륙 일주도 했다. 당시 38일간 지구 반 바퀴를 훨씬 넘는 2만 5600km 거리를 돌았는데 아무나 할 수 없는 ‘전무후무한 가족여행’이었다.

2008년 거제 옥포 대우조선해양 근무는 새로운 경험으로 이어졌다. “5만 명이 일하는 곳이라서 하루 100명의 환자를 봤어요. 10여 차례의 큰 사고도 일어났는데 제가 치료한 환자 중에 사망자는 한 명도 나오지 않았어요. 그리고 시추선, 율곡함 등 큰 배를 만드는 대단한 기술을 직접 옆에서 감탄하며 지켜봤지요.”

조선소 근무가 결국 ‘남극’으로 이어졌다. “아라온호를 익히 알고 있었지요.” 2013년 쇄빙연구선 아라온호의 의사를 구한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약사를 하는 아내와 의논도 하지 않고 바로 지원했다. “3개월간 아라온호를 타고 전인미답의 남극 웨델해를 항해하면서 상상을 초월하는 경이로운 얼음 제국에 완전히 매료됐습니다.” 다녀와서 여러 권의 남극 탐험기를 읽던 중 이번에 번역 출간한 도 발견했다. 미지의 얼음대륙에 대한 탐험과 쟁탈의 역사, 즉 1775~2012년 남극대륙에 대한 전기다.

최고 경험을 안겨준 남극이 잊히지 않아 결국 2015년 장보고 과학기지의 월동대 의사를 자원했다. 360장의 CD, 성경, 금강경, 고문진보와 의 원서를 들고 갔다. “아 일망무제한 하얀 해빙! 백야 때의 똑같은 풍경도 매일, 바람 기온 구름 시간에 따라 다른 거였어요. 1만 5000컷의 사진과 72시간 분량의 영상을 찍었어요.” 그는 “남극과 이번 책이 청소년들에게 미지에 도전하는 호연지기를 길러줄 수 있는 원천이 되었으면 한다”고 했다.

그는 “남극대륙 밤하늘에 손에 잡힐 듯한 은하수와 숨 막히게 하는 오로라가 펼쳐질 때 베토벤과 모차르트를 들었는데 인생의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경험이었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해양국가로 나아가려면 끝까지 도전해야 할 마지막 대륙이 남극”이라고 힘주어 강조했다.

글·사진=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