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출발 하루 만에 폭발한 ‘이준석 뇌관’… “대표 탄핵” 격앙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윤석열 대선후보가 전날 대국민 사과와 함께 ‘새로운 시작’을 언급한 지 하루 만인 6일 국민의힘이 다시 극심한 내홍에 휩싸였다. 윤 후보의 최대 난제인 이준석 대표와의 갈등이 또 한번 갈 길 바쁜 윤 후보의 발목을 잡았다.

그러나 윤 후보의 지지율이 급락하는 최악의 위기 속에서 이 대표의 이번 행태에 대해서는 ‘대표 탄핵’ 주장이 강하게 표출될 정도로 당 전체가 격앙한 모습이다. 이 대표의 ‘고립무원’이 심화되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내쳐지는 상황은 2030 지지층 이탈에 결정타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국민의힘, 또다시 극심한 내홍
이 대표, 인선 안 거부로 불거져
의총서 ‘양아치·떠나라’ 등 난무
식물 대표 가능성도 배제 못 해
축출 시 2030 지지층 떠날 수도


양 측은 이날 윤 후보가 사퇴한 ‘윤핵관’ 권성동, 윤한홍 의원 대신 권영세, 이철규 의원을 사무총장과 전략기획부총장으로 임명한 데 대해 이 대표가 반대 입장을 보이며 최고위원회에 인선안 상정을 거부하면서 충돌했다.

이 대표는 평소 자신에 비판적이던 이 의원을 강하게 비토했고, 이날 인선안을 논의한 비공개 회의에서는 윤 후보와 이 대표가 고성으로 언쟁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당무우선권을 가진 윤 후보는 이 대표의 의사를 무시하고 인사를 초안대로 강행했다.

이 대표는 전날 윤 후보가 발표한 선대기구 쇄신 방안에 대해 “제가 주장했던 것과 닿아 있는 부분이 있다. 상당한 기대를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선대본부장인 권영세 의원에게 자신이 준 ‘연습문제’가 풀리면 윤 후보와 다시 협력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연습문제는 지하철 출근길 인사, 젠더·게임 특별위원회 구성, 플랫폼노동 체험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이 대표는 몇 시간 뒤 SNS에 “‘연습문제’라고 표현한 제안이 방금 거부됐다. 윤 후보의 무운을 빈다”며 선대본 활동에서 손을 떼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윤 후보는 6일 이 중 하나인 출근길 인사를 했지만, 이 대표는 자신과 상의 없이 한 일이라며 “관심 없다”고 반응했다.

이런 상황을 전해 들은 의원들은 이날 이 대표가 불참한 의총에서 폭발했다. 이 대표의 요구대로 윤 후보가 윤핵관을 배제한 인사를 단행했고, 선거 캠페인 아이디어를 수용하는 자세를 보였음에도 자신의 뜻이 100% 반영되지 못했다고 해서 당 대표가 또 다시 내부 분란을 만들 수 있느냐는 불만이었다.

이날 의총에서 이 대표 탄핵을 처음 꺼낸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는 “당이 새롭게 태어나는 의총인데 당 대표가 변하는 모습을 볼 수 없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고 격앙했고, 박수영 의원은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사이코패스·양아치인데 우리 당 안에도 사이코패스·양아치가 있다”며 이 대표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김태흠 송석준 김정재 이종배 등 발언에 나선 대다수 의원들도 이 대표의 행태를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사퇴 결의에 찬성 의사를 나타냈다. 여기에 지난달 ‘울산 회동’을 이끈 김기현 원내대표마저 “이 대표 얘기를 들어야겠다”며 싸늘한 태도를 보였다.

이와 관련, 국회 직원들의 익명 게시판인 ‘여의도 옆 대나무숲’에는 6일 국민의힘 보좌진으로 추정되는 A 씨가 이 대표를 향해 “지금 실무자들 분위기는 좌절과 허탈감에 빠져 무기력하다. 말 그대로 우리가 X 같이 일하는 동안 당신은 우리 면전에 총질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제발 그냥 떠나달라”는 글을 남겼다.

사실상 이 대표가 지도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까지 내몰린 형국이다. 물론 의원들의 탄핵 결의는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이 대표가 버티기를 고수한다면 대표직에서 사퇴시킬 방법은 없다. 그러나 일부 특정 계파가 아닌 의원들의 총의로 사퇴를 요구한다면 그 무게감이 다를 수밖에 없다. ‘식물 대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당내 일각에서는 청년 정치인의 상징 격인 이 대표를 ‘축출’하듯 몰아내는 모양새는 2030 지지층에 만만찮은 후폭풍을 부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 대표에 우호적인 하태경 의원은 “이 대표 사퇴를 의총에서 결의하면 이번 선거가 세대 결합으로 가는 게 아니라 세대 내전으로 간다. 자멸한다”며 “이 대표 문제는 오직 단 하나의 기준, 우리 후보에게 도움이 되느냐 안 되느냐 가지고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행태에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당 전체가 이 대표를 버리는 장면이 연출된다면 ‘이준석 하나 포용 못하는 정당이 무슨 청년 정치를 한다는 것이냐’는 부정적인 인식이 2030 사이에서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윤 후보의 정치력 문제도 다시 도마 위에 오르는 형국이다. 그는 이날 당 의원총회에 참석해 “더 이상 당 내부 혼선으로 인해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려선 안 된다. 국민들께서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단합을 강조했는데, 그 직후 이 대표에 대한 탄핵 얘기가 봇물 터지듯 나왔다. 그러나 윤 후보는 “아는 바가 없다”며 방관하는 태도를 취했다.

이에 이날 오후 윤 후보를 만난 당 청년보좌역들은 “(의원들 사이에서)당 대표 탄핵(사퇴) 결의안이 나왔다고 하는데, ‘선거 지려고 작정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윤 후보가 나가서 저분(이 대표 탄핵을 주장하는 사람)들을 설득하라. 저 모습을 보고 그대로 가신다면 후보가 암묵적으로 동의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윤 후보가 사태 해결에 적극 개입할 것을 한목소리로 촉구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