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원 칼럼] 2022년, 동남권 딛고 포효하는 부산

임성원 기자 fores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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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실장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오전 강원 고성군 제진역에서 열린 동해선 강릉~제진 철도건설 착공식이 끝난 뒤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오전 강원 고성군 제진역에서 열린 동해선 강릉~제진 철도건설 착공식이 끝난 뒤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은 호랑이의 해’(壬寅年)인 2022년 새해 첫날 아침 부산에서 울산으로 가는 동해선 광역전철에 올랐다. 이른 아침인데도 전철은 승객으로 만원을 이뤄 우선 놀랐다. 일광역에 도착하자 썰물처럼 사람들이 우르르 빠져나가 또 한 번 놀랐다. 일광(日光)에 일출을 보러 가는 듯해 역 이름값을 제대로 하나 싶다 가도 3년째 접어든 코로나19 팬데믹도 못 말리는 해맞이 인파, 그 희망의 행렬이 새삼 경이로 다가왔다.

지난 연말 개통한 동해선 2단계 구간에 들어서자 객실은 한층 여유로웠다. 좌천·월내역을 지나 울산에 속한 서생·남창·망양·덕하·개운포·태화강역으로 전철은 달렸다. 내친김에 태화강역에서 버스로 갈아탄 뒤 울산 정자항에서 강동·화암·신명을 거쳐 경주의 관성·수렴·양남까지 해파랑길을 걸었다. 태화강역에 되돌아오자 더 놀라운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부산 가는 전철은 서 있기조차 힘들 정도로 초만원이었다.


동해남부선·북부선 2027년 이어지면

유라시아 가는 ‘부산 실크로드’ 눈앞에

대륙 호령하는 부산의 기상 기대 커

가덕신공항 개항·2030엑스포 유치

부산, 동북아 중심 도시 도약할 기회

자치분권·균형발전도 착실히 다져야


‘동해남부선’으로 불렸던 부산~울산 광역전철의 새해 첫인상이 머릿속에 맴돌고 있던 차에 동해북부선 소식이 들려왔다. 강릉에서 주문진·양양·속초·간성을 거쳐 제진역(강원도 고성군 군사분계선 인근)으로 가는 동해북부선 착공식이 지난 5일 있었다. 1967년 양양~속초 노선 폐지 이후 동해선 가운데 유일하게 철도가 끊긴 동해북부선이 55년 만에 복원되는 것이다.

부산~울산의 동해남부선과 강릉~제진의 동해북부선이 만나는 동해선의 남북통일도 머지않았다. 현재 공사 중인 포항~영덕~삼척 구간이 완공되는 2023년 말이면 부산에서 울산·경주·포항을 거쳐 강릉까지 2시간 34분이 소요된다. 2027년 동해북부선이 완공되면 부산에서 제진까지는 3시간 30분 거리다. 백두대간과 푸른 동해를 따라 달리는 동해선 개통에 맞춰 동해안 시대가 활짝 열리는 셈이다.

동해선은 ‘부산의 실크로드’로 기대를 모은다. 부산에서 대륙으로 나아가는 육로여서다. 마지막 남은 퍼즐은 남북철도 연결이다. 2007년 남북 합의에 따라 남의 제진역과 북의 감호역이 연결되어 있는 까닭에 남북 관계만 진전된다면 안변·원산·고원·함흥·길주·나진역까지 열차가 달리는 동해축은 일사천리로 뻗어 나간다. 시베리아 횡단철도(TSR), 만주 횡단철도(TMR), 몽골 횡단철도(TMGR)와 연결되면 유럽까지 전 세계가 부산의 무대다.

부산이 세계로 비상하려면 정권이 바뀌어도 동해선의 확장은 계속돼야 한다. ‘부산의 실크로드’에다 2029년 가덕신공항까지 개항하면 부산은 세계로 가는 뱃길에다 철길, 하늘길까지 확보하게 된다. 문제는 어떤 꿈을 싣고 달리냐다. 역사학자 토인비는 “어느 항구로 가고 있는지 모른다면 어떤 바람도 그에게는 소용없다”고 말한 바 있다. 부산의 목표는 명확하다. 자치분권·균형발전이 빛을 발하는 부울경 메가시티의 중심이다.

나라의 운명을 바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공정과 상식, 차별 금지를 외치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따지고 보면 불공정과 몰상식, 차별의 최대 피해자는 지방이다. 블랙홀 같은 수도권 일극 체제에 치여 지방은 언제 닥칠지 모를 소멸을 걱정하며 하루하루 연명하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3·9 대선과 6·1 지방선거를 계기로 한국이 ‘지방분권 공화국’으로 가는 초석을 놓는 일이 화급하다.

밖으로는 수도권과 어깨를 겨루면서 동북아 8대 메가시티로 부울경 특별지방자치단체가 우뚝 서야 한다. 이르면 내달 출범하는 부울경 메가시티가 뛰어넘어야 할 첫 번째 관문은 2030부산세계박람회(부산월드엑스포) 유치다. 올 9월 예정된 국제박람회기구(BIE) 실사단의 부산 현지 실사와 내년 개최지 최종 확정을 위한 BIE 회원국 투표에 이르기까지 지금부터 서둘러 준비해야 할 일이 녹록지 않다. 당장 오는 16일 시작되는 ‘2020두바이엑스포 한국주간’은 부산엑스포 유치의 골든타임으로 꼽힌다.

문재인 정부가 남은 임기 동안 진력해야 할 일이 바로 부산엑스포다. 특히 문 대통령은 이번 연말연시 부산~울산 동해선 2단계 개통식과 동해북부선 착공식에 잇따라 참석해 동해선과 남북철도 연결에 큰 관심을 표명했다. 2029년 개항하는 가덕신공항과 동해선을 따라 유럽으로 이어지는 ‘부산의 실크로드’를 통해 거꾸로 전 세계인들이 2030부산엑스포를 찾을 수 있다면 정부가 그동안 추진해 온 정책도 유종의 미를 거두게 된다.

앞발을 치켜들고 대륙을 향해 나는 듯 뛰는 듯 달려드는 호랑이를 닮은 한반도 지형에서 올해 부산의 기상이 예사롭지 않다. 동남권을 박차고 호랑이의 척추인 백두대간을 따라 이어진 동해선을 타고 포효하며 일어설 기세다. 전후좌우 맥락으로 볼 때 부산이 상승기류를 타기 시작한 듯하다. 절호의 기회를 결코 놓치는 일이 없도록 부산이 하나 되어 뜻과 힘을 모을 때다.


임성원 기자 fores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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